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운동에서 시작해 수련의 경지로[요가 라이프/서여진]

입력 | 2022-11-25 03:00:00

서여진 맥킨지코리아 변호사·요가지도자


“요가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이 결합된 복합적 심신 수련법을 말한다. ‘요가’라는 말은 ‘yuj’(결합하다)에 어원을 두고 있다. 파탄잘리는 요가 수트라(Yoga Sutra) 제1장 2절에서 ‘요가란 마음의 작용을 없애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을 조절하고 마음의 움직임을 억제하여 인간 본래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상태를 요가라고 한다.”

요가란 무엇인가. 전문 서적은 보통 요가를 이렇게 정의하는데, 운동이라기보다 마치 실체 없는 수행처럼 느껴진다. 수련, 마음, 고요와 같은 단어들과 파탄잘리, 요가 수트라 등 생소한 개념이 뒤섞여 제대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요가를 10년 넘게 한 지금도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은 50센트짜리 단어로 충분한 것을 5달러짜리 단어로 설명하지 말라고 했다. 요가를 인도 종교, 극단적 유연성, 심지어 서커스 공중부양과 결부하는 일부 오해도 이런 알 수 없는 정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요가도 헬스, 태권도, 골프와 같은 운동의 일종이다. 요가는 ‘운동이 아닌 수련’이라며 차별화를 주장하는 유명 지도자가 많은데, 요가도 그냥 운동이다. 하고 나면 어쩐지 착해지는 느낌이 드는 운동이다.

모든 운동은 습득해야 할 기본 기술과 개념이 있다. 천하장사도 태권도를 하려면 태극 1장 품새를 익혀야 하고, 올림픽 체조 메달리스트도 요가를 하려면 차투랑가, 업도그, 다운도그로 흐르는 시퀀스를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간혹 운동 천재 김민경처럼 무슨 운동이든 접하자마자 바로 해내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갖추어진 기본 체력, 유연성이 탁월하더라도 새로운 운동을 접하면 그 운동에 필요한 특유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요가의 기본 빈야사 시퀀스 및 전사자세, 낙타자세, 독수리자세, 비둘기자세, 머리서기 등을 인내심 가지고 연습하며 익히다 보면 몸의 전반적 근력, 유연성이 향상된다. 제대로 된 골프 드라이버 스윙의 목표가 정방향으로 멀리 뻗어나가는 공이라면, 요가 자세의 목표는 몸의 건강한 균형에 있다. 특히 낙타자세, 아치자세와 같이 몸을 뒤로 젖히는 후굴 동작은 일상생활 및 다른 운동에 쓰여 수축된 몸의 앞면 근육을 늘려준다.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그리고 이에 따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가의 성서, 정석에 해당하는 요가 수트라 1장 14절에서 수련은 (i)오랜 시간 (ii)끊임없이 (iii)헌신적으로 할 때 확고히 자리 잡는다고 한다. ‘오랜 시간(dirgha kala)’ 요건이 가장 먼저 나온다. 일상에 끼워 넣어 습관적으로 하다 보면 서서히, 어느 날 문득 변화가 다가온다.

정리하자면, 요가는 운동이다. 요가라는 운동에 필요한 기본 기술을 익히면 근력과 유연성이 동시에 향상되며, 일상과 생활습관으로 무너진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 준다. 그런데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바로 잘해내기 어렵다. 효과를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조바심 가지지 말고 그냥 해보자. 계속 하다 보면 심지어 마음 조절까지 가능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요가의 정의처럼 ‘마음을 조절하고 마음의 움직임을 억제하여 인간 본래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나는 아직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한다.


서여진 맥킨지코리아 변호사·요가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