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 14∼18일 日 과학체험시설서 연수
제43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이 일본 도쿄 파나소닉 쇼룸에서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위 사진). 만들기 작품이 일본 ‘파나소닉 쇼룸’에 전시돼 있다. 도쿄=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지구가 멸망하고 갑자기 허허벌판 낯선 행성에 떨어지게 됐다. 딱 한 가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면 뭘 만들어야 할까. ‘광물에서 산소를 뽑아내자’ ‘행성에서 탈출하기 위한 로켓을 만들자’…. 어린 발명가들은 실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가정하며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상상력을 뽐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국립중앙과학관이 공동 주관한 제43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은 14∼18일 일본 도쿄, 오사카, 교토에서 진행된 해외연수에서 이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이번 연수에선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최우수상을 받은 초중고교생 9명이 일본 각 지역의 과학체험시설을 찾았다. 1979년 제1회 대회부터 단독 후원하고 있는 에치와이(옛 한국야쿠르트)가 연수 행사도 후원했다.
○ 관심 분야를 융합적 사고력으로 접근
대전 외삼중 3학년 홍하늘 양은 도쿄 아리아케구의 체험형 뮤지엄인 파나소닉쇼룸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서 ‘광물에서 산소를 추출해 공급하는 장치’를 선보였다. 낯선 행성에 있는 광물을 용광로로 가열해 녹이고 산소를 뽑아낸 뒤 사람들의 거주 공간으로 전달하는 기계다. 가동 에너지를 얻기 위한 태양열 집광 설비도 표현했다. 경진대회 수상작에서 활용한 거울의 반사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홍 양은 “산소와 결합돼 형성된 광물이 많기 때문에 낯선 행성에서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산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계를 움직이는 힘은 볼록렌즈 설비를 통해 모은 태양열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만들기 작품에선 이처럼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과학적 관심사가 그대로 표현됐다. 기계공학자가 꿈인 충북과학고 1학년 이호선 군과 우주천문학자가 장래 희망인 경기 망포중 2학년 여은수 군은 행성에서 탈출하기 위한 로켓에서 ‘지지대’를 특히 공들여 만들었다. 여 군은 “로켓 발사체가 안전하게 발사되기 위해선 정비와 관리를 할 수 있는 받침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재 복원기술자가 목표인 경북 계림고 2학년 권기범 군도 탈출 로켓을 만들었지만 단열기능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권 군은 “지구와 환경이 다른 행성에서 발사체가 손상되지 않기 위해선 충분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발명 꿈나무들이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체험 프로그램은 일본의 여러 시설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사라이 아이 파나소닉쇼룸 관계자는 “일본은 융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스팀(STEAM) 교육이 활성화됐다”며 “만들기 체험은 예술(art)과 과학을 접목해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과학 원리를 시각물로 구현한 볼거리 관심
체험시설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접한 과학적 원리를 시각물로 구현한 볼거리도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 도쿄국립과학박물관에 있는 ‘자기장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관람물’ 앞에서 한참동안 응시하던 제주 동홍초 6학년 김재연 군은 “교과서나 TV에서만 보던 과학 원리를 직접 눈으로 보며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사카과학박물관에서 전기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보호복을 유심히 본 부산기계공고 2학년생 오유성 군은 “현장 작업자들이 어떤 장비를 착용하는지 보며 미래 직장에서의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 ‘첨단 어트랙션 우주 뮤지엄’을 표방하는 도쿄 분쿄구 소재 우주박물관 ‘텐큐(TeNQ)’에선 실제 달 표면 크레이터에서 가져온 흙과 우주인 연구시설을 재현한 관람물이 학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됴쿄=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