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마지노선’ 2%도 못넘겨 한은, 6회 연속 기준금리 올렸지만 경기침체 우려 0.25%P 인상 그쳐 가계-기업 경제 한파 고통 커질듯
내년 한국 경제에 더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끌어내린 데 이어 한국은행마저 1.7%라는 암울한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사상 첫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내년 초까지 금리를 지금보다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의 장기화로 앞으로 경기가 더 냉각되고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내년 1%대 저성장 공식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11.24. 사진공동취재단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대란으로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전기·가스 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도 크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성장은 둔화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속도 조절 나섰지만… 한두 번 더 올릴 듯
이날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기하고 보폭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줄이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도 이런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를 지나치게 높일 경우 비록 물가를 잡을 수는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 경제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한은의 금리 인상 행진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내년도 최종 금리는 3.5%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초에 금리가 3.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금리가 정점에 다다르더라도 한은이 바로 금리를 다시 내리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2%대)에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해진 뒤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은 이어진다는 뜻이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