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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탁구 치다가 손목 찌릿…방치하면 ‘이 질환’ 될 수도

입력 | 2022-11-25 10:49:00


이재성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포츠 레저 인구가 늘면서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척골충돌증후군이 허리 디스크만큼 흔해졌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 교수는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손목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40대 초반의 전직 운동선수 A 씨는 얼마 전 만성적인 손목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통증은 현역 선수 시절에 시작됐다. 통증이 나타나면 주사를 맞았고, 그러면 사라지는 듯했다. 그래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렇게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결국 손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이재성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보니 손목의 연골 조직이 거의 닳아 있었다. 이른바 척골충돌증후군이 꽤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A 씨는 나사못으로 관절을 완전히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됐지만 이후 손목을 50%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이 교수는 “A 씨가 초기 단계에 왔더라면 관절을 살릴 수 있었고, 손목도 제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손목 통증을 오래 방치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손목 통증 환자의 80% 정도가 척골충돌증후군과 관련이 있을 만큼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 척골충돌증후군 환자 급증

이재성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포츠 레저 인구가 늘면서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척골충돌증후군이 허리 디스크만큼 흔해졌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 교수는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손목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아래팔뼈는 크게 요골(노뼈)과 척골(자뼈)로 구분된다. 엄지손가락 쪽의 굵은 뼈가 요골, 새끼손가락 쪽의 팔목에 툭 튀어나온 뼈가 척골이다.

이 중 척골은 인대와 연골 조직 등이 삼각형 모양으로 얽혀 있는 ‘삼각섬유연골 복합체’와 닿아 있다. 이 복합체가 완충 작용을 하는 덕분에 척골은 인접한 손목뼈와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목을 비트는 동작이 많아지면 척골이 복합체 조직을 뚫고 손목뼈와 충돌한다. 이때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게 척골충돌증후군이다.

병명이 생소할 수 있지만 손목 질환 분야에서는 허리 디스크만큼이나 흔하다. 골프, 테니스, 탁구, 요가, 필라테스 등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손목을 꺾은 채 힘을 주거나 손목을 비튼 채로 바닥을 짚는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빨래를 쥐어짜는 모양새의 동작도 좋지 않다. 오랜 기간 이런 동작이 반복되면서 척골충돌증후군으로 악화된다. 일종의 퇴행성관절염으로 볼 수 있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자가 진단으로 알 수 있다. 대체로 손목을 많이 쓴 후 척골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 새끼손가락 쪽 손목의 오목한 부분을 눌렀을 때 아프다면 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손목을 안에서 바깥으로 비틀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통증은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며 상태를 체크할 것을 당부했다. 보통 초기에는 약물이나 재활요법으로 치료한다. 심해지면 척골의 일부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 손이 저리면 손목터널증후군 의심
손목 통증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로는 ‘과(過)사용증후군’을 들 수 있다. 잘못된 자세로 손목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다. 연령과 관계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 손목뿐 아니라 팔꿈치나 손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손목터널증후군이라 부르는 수근관증후군도 일종의 과사용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수근관(손목터널)은 손과 팔을 잇는 통로다. 이 통로를 통해 팔에서 손으로 신경이 뻗어 있다.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신경을 누르면서 증세가 나타난다.

증세의 양상은 척골충돌증후군과는 약간 다르다. 찌릿찌릿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손을 쓰지 않았는데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손가락에 증세가 생길 수 있지만 대체로 새끼손가락에서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밤에 증세가 심해진다. 중년기 주부 중에서는 이런 증세 때문에 잠에서 종종 깨곤 한다.

주로 손목을 덜 사용하거나 보조기구를 함께 쓰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무턱대고 진통소염제 복용 삼가야”

이재성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포츠 레저 인구가 늘면서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척골충돌증후군이 허리 디스크만큼 흔해졌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 교수는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손목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이외에도 손목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관절 부위가 붓고 열이 나는 것 같다면 염증성 질환, 넘어진 후 손목에 통증이 나타나고 붓거나 변형이 생기면 요골 골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증이 무척 심해 대부분 곧바로 병원에 가다 보니 후유증은 적다.

반면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될 경우에는 통증이 2, 3일 후 저절로 가라앉을 때가 많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지 않으니 무심코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마사지나 찜질은 증세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다만 냉찜질과 온찜질을 구분해야 한다. 열이 나고 부은 상태라면 염증세포를 억제하고 미세혈관을 수축시키기 위해 냉찜질을 해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을 이완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온찜질을 하는 게 좋다.

다만 소염진통제를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손목이 삐었다고 생각하며 소염진통제만 먹는다. 통증만 잠재우는 식인데, 근본 원인은 그대로 뒀으니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원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관절이 망가지거나 손목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이 교수는 “무턱대고 소염제만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 관절염, 어떻게 구분할까
손가락에도 종종 통증이 발생한다. 때로는 손가락 통증이 번져서 손등과 팔목 전체가 아플 때도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관절염을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성 교수는 “퇴행성이냐 류머티즘성이냐에 따라 세부 양상이 다르다”며 “어느 쪽이냐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자가 진단을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은 아픈 부위만 계속 아프다. 다른 부위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로 손가락의 끝마디에 발생한다. 관절 부위의 뼈가 커지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면 손가락 끝마디가 살짝 부풀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이라면 손가락의 중간 마디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아픈 부위가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번지기도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악화되면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굽을 수도 있다.

통증은 두 관절염 모두에서 나타난다. 퇴행성관절염일 때는 손을 사용한 후에 주로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저녁에 많이 아픈 편이다. 이때 열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증세도 대부분 30분 이내에 사라진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일 때는 손을 사용하지 않을 때 더 뻣뻣하고 아픈 느낌이 강하다. 증세는 주로 오전에 나타나며 손을 사용하면 약해진다. 아픈 증세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될 때가 많고, 붓거나 열이 발생할 때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직장인, 고령층에서 주로 발견된다. 반면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나이나 직업과는 큰 상관이 없다. 요즘에는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소염제를 먹으면 증세가 개선될까. 류머티즘성관절염의 경우 소염제가 잘 듣는 편이다. 반면 퇴행성관절염은 소염제를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턱대고 약을 먹기보다는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