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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 은퇴’ 꿈꿨던 김상수, KT 정성에 움직인 마음

입력 | 2022-11-25 13:31:00


 대구에서 자라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꿈에 그리던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무려 14년을 뛰었다. ‘성골’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프로 생활을 이어가며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삼성 팬들 앞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꿈이었다.

하지만 일단 접어야하는 꿈이 됐다. 내년부터는 삼성이 아닌 KT 위즈에서 뛰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 왕조 시절 주전 유격수 김상수(32) 이야기다.

2022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된 김상수는 지난 24일 KT와 4년 총액 29억원(계약금 8억원·연봉 15억원·옵션 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정들었던 대구를 떠나 수원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김상수는 초·중·고를 모두 대구에서 다녔다. 대구 야구 명문 경북고를 졸업한 김상수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후 빠르게 1군에 자리잡은 김상수는 삼성의 왕조 시절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삼성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김상수는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에도 삼성 잔류를 택했다. 2017시즌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상수는 2018시즌 뒤 첫 FA 자격을 얻었고, 우여곡절 끝에 3년 총액 18억원에 사인했다.

하지만 두 번째 FA가 돼서는 이적을 택했다.

계약 발표 후 연락이 닿은 김상수의 목소리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상수는 “나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고 싶은 선수 중에 한 명이었다. 너무 힘들 때 이승엽 선배님의 은퇴식 영상을 찾아보곤 했다”며 “삼성 팬들 앞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영상을 보면서 다시 힘을 냈다. 현 시점에서는 힘들어져서 굉장히 아쉽다”고 털어놨다.

삼성 선수들이 축하해줬다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뛴 (구)자욱이는 아쉬워하는 것 같더라.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자욱이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 나도 울컥했다”면서 “현재 상태에서는 실감도 나지 않고, 묘한 감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에 애정이 깊었던 김상수의 마음을 움직인건 KT의 정성이었다.

김상수는 “협상이 가능해졌을 때 KT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이강철 감독님도 몇 차례 연락하셔서 ‘같이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삼성에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진심 어린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KT가 계약을 발표하면서 함께 배포한 사진에는 김상수가 수원 KT위즈파크를 배경으로 KT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전광판에는 ‘연쇄사인마 김상수 선수의 KT 위즈 입단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김상수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셨더라”면서 “이적이 처음이라 사인하러 들어갈 때 긴장이 많이 됐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고 전했다.

계약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김상수는 “삼성을 상대 팀으로 만난다는 것도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KT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해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상수는 심우준의 군 입대로 비게 된 주전 유격수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KT는 김상수에게 내야진의 구심점 역할도 바라고 있다.

김상수는 “팀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영입했는지 잘 알고 있다. 후배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KT는 굉장히 끈끈한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한 김상수는 “KT는 지난해 우승 팀이다. 올해도 가을야구를 했다. 다시 한 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우승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2022시즌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에서 KT로 이적한 뒤 화려하게 부활한 홈런왕 박병호도 김상수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준다. 김상수는 최근 2년 동안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냈지만, 올 시즌 후반기에는 52경기에서 타율 0.290 1홈런 17타점 24득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김상수는 “(박)병호 형이 KT에 간 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나도 좋은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부활 각오를 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