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5일, 전체 선거 판세는 제1야당인 국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중국의 군사 위협 속 ‘안보’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대만 지방선거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며 6개 직할시(타이베이·타이중·타이난·타오위안·신베이· 가오슝)를 포함한 22개 현(縣)·시(市) 단체장과 의원 등 아홉 가지 공직자를 함께 선출해 ‘구합일(九合一)’ 선거라고 부른다.
올해 지방선거는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일종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만 지방선거는 지역적 이슈가 부각돼 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난 8월 중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등 굵직한 이슈들이 발생하면서 안보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전체 22곳 가운데 절반 이상을 가져갈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안보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도 친중 성향으로 불리는 국민당이 힘을 받는 것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데 따른 집권당의 코로나19 대처 미흡 책임론과 기존 지역 교통과 환경 등 문제 지적이 먹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국민당은 친중 성향의 정당이라는 것을 부인하며 대만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할 것으로 약속하는 등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반면 민진당은 열세 속 차이잉원 총통까지 나서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차이 총통은 지난 24일 동영상 연설을 통해 “민진당 시장 후보들에게 한 표를 주는 것은 바로 차이잉원에게 한표를 주는 것”이라며 “내 남은 임기 동안 모두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국민당의 약진이 뚜렷해진 곳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다.
현재 타이베이 시장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는 대중 인지도 면에서는 우위를 가리기 힘들다. 민진당에서는 천스중 전 위생복리부장(장관)이, 국민당에서는 장제스 초대 총통의 증손자이자 2대 총통인 장징궈의 손자인 장완안 후보가 등장했다.
지난 11~14일 실시한 대만 ETtoday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 후보는 37.9%의 지지를 얻어 29.4%를 얻은 천 후보를 앞서고 있다.
타이베이 시장은 2010년 국민당이 차지한 이후 2014년, 2018년 두 차례 모두 무소속 후보들이 차지, 대만의 양대 정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은 배제됐다. 타이베이에서 국민당이 다시 시장직을 가져온다면 정치적인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2024년 대만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단식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는 대만해협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불확실한 시점 많은 유권자들, 특히 국민당에 친화적인 기성세대는 안전한 선택지로 장 후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했다. 국민당은 22곳 시장 선거에서 15석을 차지, 민진당은 6석에 그쳤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2020년 1월11일 당시 경쟁자였던 한궈워 국민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 민진당은 10기 입법위원 선거에서 63석을 차지하며 다수당을 지켰다. 국민당은 38석을 차지했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진당이 패배할 경우 차이 총통에 대한 책임론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이 경우 차이 총통 자신 뿐 아니라 뚜렷한 차기 총통 후보가 드러나지 않은 민진당에도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과 충돌하며 민진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중국과 ‘현상유지’ 전략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감이 반영돼 차기 총통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