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임소연 지음/243쪽·1만5000원·돌베개
연예인의 쌍꺼풀 수술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 주변에도 이미 시술을 받은 이들이 꽤 있다. 나도 성형수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최근 한 지인을 만났다.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만, 그렇다고 친구까진 아닌 사이. 예전과 다른 눈 모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멋집니다. 쌍꺼풀 수술하셨죠?”라고 말을 건넸다. 순간 사이가 어색해졌다. 내 말이 상처를 준 것이다. 예전보다 덜해졌다고 해도 성형을 언급하는 게 금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전히 연예인에게 성형 의혹을 제기하고, 또 수술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부제가 ‘강남 성형외과 참여관찰기’인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이란 무엇인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저자 이력이 독특하다. 서울대에서 과학기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성형수술을 연구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3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관찰자에 그치지 않으려고 본인도 직접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간 성형수술 관련 책은 거의 의사가 썼는데, 수술 받은 당사자가 쓴 책이란 점이 가치가 있다. 하긴 외국인들도 성형 여행을 오는 ‘성형수술 선진국’ 한국에서 지금까지 이런 책을 거의 마주하기 어려웠다는 게 오히려 의외긴 하다.
전반부가 병원을 조망한 관찰자 시선이라면, 후반부에선 저자가 시술 뒤 회복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불안을 주로 묘사한다. 그는 수술한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턱이 떨어져나가는 악몽을 꾼다고 한다. 그만큼 수술의 경험은 힘들고 강렬했다.
고생했겠지만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할 만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성형수술 한 번 한다고 연예인급 외모를 갖출 순 없다. 저자는 “성형수술의 결과는 대개 성공과 실패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 어딘가에 있다”고 말하며 두 가지를 당부한다.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면 오랫동안 고민하고 신중할 것.’ ‘성형수술을 받은 이들의 의견이 좀 더 사회적으로 반영될 것.’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이 책이 첫 발걸음이 돼 그간 금기로 여겨졌던 성형수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공론화되길 기대한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