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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온다” 시장 술렁… 카드사들 ‘연합 오픈페이’ 맞대응

입력 | 2022-11-26 03:00:00

[토요기획]‘애플페이’ 이달 말 韓상륙… 간편결제 시장 지각변동 예고
“많은 가맹점서 썼으면 좋겠다”… “철저한 보안-빠른 접속 속도 중요”
애플페이, NFC 단말기서만 결제, 국내 10% 보유… 보급에 흥행 달려
MZ세대 “스마트폰 바꿀 의향있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



8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 지역인 5번가 버스정류장에 ‘애플페이’ 광고가 걸려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국내에도 도입되는 애플페이는 2014년 출시돼 현재 세개 7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아이폰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이르면 이달 말 국내에 도입된다. 아이폰 충성 고객인 20, 30대 10명중 7명이 애플페이 사용 의향을 밝힐 만큼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간편결제 시장 지각변동 예고


“이제 아이폰 사용자도 지갑을 두고 다닐 수 있다니 너무 설레네요. ‘애플페이’ 되는 곳들만 찾아다니려고요.”

대학생 김모 씨(26)는 이르면 이달 말 아이폰 전용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관련 뉴스들을 스크랩하고 있다.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가맹점도 미리 메모해 두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쓰는 김 씨는 “그동안 집 앞 편의점이나 카페에 갈 때도 지갑을 갖고 다녀야 해 번거로웠다”며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좀 더 가볍게 외출할 수 있어 아이폰 사용자들의 생활이 무척 편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조모 씨(39)는 조만간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꿀 생각이다. 조 씨는 “늘 애플 제품을 써 보고 싶었지만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불편해 구입하지 않았다”며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아이폰을 써보겠다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이달 말 국내에 상륙하는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충성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터치해 결제하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선 현재 독주 중인 삼성페이와의 맞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카드사들은 공동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해 ‘연합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 이르면 이달 말부터 ‘애플페이’로 결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와의 독점 제휴를 통해 이르면 이달 30일 국내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카드가 1년간 국내 배타적 사용권 계약을 맺었으며 현재 금융당국이 애플페이와 관련한 약관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비접촉식 간편결제를 위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는 편의점, 대형마트, 커피 프랜차이즈 등 대형 가맹점을 중심으로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는 2014년 출시 이후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아이폰 점유율이 50%를 웃도는 미국에서는 올해 4700만 명이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43.5%에 이른다.

애플페이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애플은 과거에도 국내 카드업계와 꾸준히 접촉했지만 단말기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국내 가맹점 대부분은 오프라인 비접촉식 결제를 위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단말기를 쓰고 있다.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선 자기(磁氣)로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NFC 단말기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 개 가운데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는 대형 카드결제대행사(VAN사)를 대상으로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NFC 단말기 보급과 시스템 개발을 요청했다. 현대카드가 제휴를 맺은 코스트코, 이마트, 스타벅스 등 NFC 단말기를 보유한 대형 가맹점에서 우선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뒤 NFC 단말기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NFC 기능을 갖춘 단말기가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애플페이의 흥행이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 아이폰 사용자 65% “애플페이 쓰겠다”
하지만 단말기 보급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동아일보가 SM C&C의 설문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통해 이달 초 20대 이상 성인 25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아이폰 사용자의 65.4%는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아이폰 충성 고객이 많은 20대(66.8%), 30대(66.3%)의 응답률은 더 높았다.

현대카드와 독점 계약을 맺은 만큼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면 일정 기간 현대카드를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마저도 감수할 태세다. ‘애플페이를 위해 새로운 카드사에서 카드를 발급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폰 사용자의 절반(48.7%) 가까이가 “그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MZ세대들은 뜨거운 관심만큼 애플페이에 기대하는 것도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20대 여성 A 씨는 “대중교통을 비롯해 최대한 많은 가맹점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여성 B 씨는 “철저한 보안과 빠른 접속 속도가 중요하다”며 “불편한 점이 생기면 바로 연락할 수 있는 담당 고객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자체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국내 거의 모든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이용해 오프라인 터치 결제가 가능하다. 이와 달리 아이폰 사용자들은 별도 핀테크나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서비스에 가입해야 스마트폰 터치 결제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번거로움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는 29.4%만이 “실물 카드보다 스마트폰 결제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는 41.1%가 “스마트폰 결제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아이폰 사용자가 늘고 있어 애플페이와 시너지를 내면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4.1%로 2020년 말(25.9%)과 비교해 8.2%포인트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58.4%)은 같은 기간 6.1%포인트 쪼그라들었다.
○ 카드사들은 ‘오픈페이’로 맞대응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간편결제 시장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되면서 기존 ‘페이’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들도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에서 지원하지 않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이나 학생증 등을 내세워 삼성페이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내 선보일 ‘오픈페이’를 무기로 삼았다. 오픈페이는 특정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 다른 회사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앱에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다른 회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신한, 국민 등 은행계 카드사들을 주축으로 6∼7개 카드사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오픈페이는 애플페이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실제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많은 편이다. ‘틸리언 프로’ 설문 조사에서 오픈페이에 대해 들어봤다는 응답자는 27.9%에 불과했지만 “오픈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42.5%로 많았다. 특히 오픈페이는 여러 종류의 다른 카드를 하나의 앱에 등록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카드를 3개 이상 사용하는 응답자에서 사용하겠다는 사람(50.4%)이 훨씬 많았다.

40대 남성 응답자 C 씨는 “젊은층뿐만 아니라 어르신도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페이 서비스가 되면 좋겠다”며 “애플페이든 오픈페이든 연결성을 높여 활용도가 커져야 더 많은 사람들이 생활 전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페이가 도입되고 삼성페이나 카드사들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간편결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NFC 단말기 보급 문제가 있지만 충성도가 높고 잠재 구매력이 높은 젊은 아이폰 사용자가 많아 장기적으로는 NFC 방식이 대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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