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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발사 포착은 한국, 낙하땐 日… 실시간 공조 첫발

입력 | 2022-11-26 03:00:00

[위클리 리포트]韓美日안보협력 어디까지 왔나
그동안 北 도발에 긴밀 공조 안돼
韓美日, 일단 “정보 공유” 합의



북한은 19일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뉴스1 


한국과 미국, 일본은 13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합의했다. 정보 협력을 강화해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의한 위협을 탐지, 평가하는 능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였다. 한미일은 사상 처음으로 3국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미국은 또 이 합의에 앞서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했다.

3국 정상이 아시아정상회의(EAS)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따로 만나 테이블에 둘러앉아 첫 포괄적 공동성명까지 낸 건 그만큼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올해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차례를 포함해 63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이전까지 연간 최다 발사 기록(2019년 25차례)의 2.5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미사일 정보 공유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시작점이란 관측이 나온다.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위협 속에서 한미일은 3국 관계 강화를 위한 충분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했다. 특히 안보협력은 3국 관계를 지지하는 중심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관계 강화를 핵심 외교안보 기조로 내세웠다. 이에 한미일 미사일 정보 공유가 어떻게 이뤄질지, 또 이러한 움직임이 어떻게 3국 안보협력 강화로 이어질지 등에 관심이 모아진다.
○ 美 중개 없이 한일도 정보 공유
한미일이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의 핵심은 ‘비수기’ 없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3국이 함께 ‘실시간’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 이전엔 3국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고리가 없었다. 미사일 경보와 미사일 추적 자료 공유는 전적으로 미국을 축으로 한 양자 차원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미는 연합방위체계에 따라 주한미군, 미일은 주일미군이란 채널로만 미사일 경보를 감지해 왔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우리 군은 그린파인레이더와 이지스 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 탐지자산으로 미사일 발사 지점, 궤적, 속도 등 세부 정보를 파악한다. 동시에 한미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미군이 정찰자산으로 파악한 미사일 정보들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본도 이와 유사하게 미 측과 실시간으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 정찰위성으로 파악한 정보의 경우 미사일 발사 이후 한미 간 평가회의 과정에서 미 측이 제공하지만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정찰기 등 나머지 탐지자산으로 포착한 초기 미사일 데이터는 한미 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체결했다. 하지만 양국 간 실시간으로 정보를 직접 주고받진 않았다. 이에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대한 공조는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티사는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 간 정보 교환 시 미 국방부가 중개 역할을 하게 돼있어 실시간 공유가 어렵다. 지소미아 역시 미사일 발사 이후 양국이 제원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한계가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정체, 비행 고도 및 거리, 발사체 수 등을 놓고 한일이 종종 엇박자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실례로 2019년 10월 2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비행 고도 910km가량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1발 쐈다고 분석했지만, 일본은 2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면서 비행 고도가 920km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9일에도 합참은 한미 정보자산이 포착한 결과 북한이 SLBM을 1발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일본은 관방장관이 “2발”이라고 발표했다.
○ “매사를 훈련처럼 레이더 통합” 오차 줄여 실시간 대응
미사일 경보를 공유하면 이러한 오차를 줄이고 보다 빨리, 정확하게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해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보 자산이 많아질수록 지구 곡면으로 인해 생기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고, 미사일 초기 발사부터 비행 과정, 정점 고도, 하강한 뒤 낙하하는 지점 등 정밀한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군은 3국의 실시간 공유가 한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이 각각 파악한 북한 미사일 제원이 상이해 탐지 정보의 신뢰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문제점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우리 군은 미사일 발사 직후와 상승 국면에선 일본보다 정확한 탐지가 가능하지만 미사일이 한반도에서 멀어질수록 하강 국면과 낙하지점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은 일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미 한미일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3국 이지스함이 참가한 가운데 하와이 등에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과 미사일 경보 훈련을 실시하며 정보 교환을 진행해 봤다. 군 관계자는 “이지스함뿐만 아니라 여러 탐지자산의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미사일 경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것이 ‘퍼시픽드래건’(한미일 등이 참여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연합훈련)과 같은 특정 훈련 시기에만 통합했던 3국 레이더를 상시적으로 통합한다는 의미라면 북한에 위협적인 억제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점에서 일본이 위성이나 배를 통해 미사일을 먼저 감지하면 단 0.5초라도 주민들 대피를 위한 경보나 요격을 위한 준비를 앞당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한미일 및 호주, 캐나다 해군 함정들이 8월 12일 하와이의 태평양미사일사격훈련지원소(PMRF)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모습. 이들 해군은 8월 8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퍼시픽드래건’ 훈련을 실시했다. 미 국방부 제공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에 필요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실시간 미사일 경보 공유라는 첫 단추를 잘 꿰면 정보 수집, 전략자산 배치, 군사 훈련, 작전 집행 등 후속 단계가 촘촘히 이뤄진다는 뜻이다.

다만 한미일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는 아직 합의만 한 단계다. 실제 정보 공유까지는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이에 연내 가시적인 진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게 국방당국의 평가다. 향후 군은 3국 정상회담 후속조치 차원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실무협의 등에 나설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실무협의는 각국이 생각하는 정보 공유 체계를 놓고 협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티사나 지소미아 등 기존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할지 새로운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지도 미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실시간 공유 합의가 지소미아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국 반발, MD 편입 등 합의 둘러싼 우려도
일각에선 한미일 미사일 경보 공유로 미국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MD)의 초석이 놓였다고 평가한다. 특히 미 조야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냈던 크리스토퍼 존스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는 18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대담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3국이 공동의 위협 상황도를 갖는 것은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 첫 단계이자 잠재적인 초기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한미일이 동북아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자율적인 미사일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번 합의는 (이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했다.

우리 국방부는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긋는 상황이다. MD 통합은 더 광범위하고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이번 경보 합의를 마중물로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국 일부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별개로 중국과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이번 합의가 자신들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일종의 대중(對中) 압박 움직임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미사일 경보 공유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향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이행 과정에서 얼마든지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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