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테티 UNODC 총괄부장 “900kg 규모 필로폰 적발될 정도 밀수 차단으로 뿌리뽑기 힘들어” 韓개발 검출 키트 각국 보급 추진
최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저스티스 테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마약 및 과학분석 총괄부장(왼쪽)이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과 휴대용 마약 키트 보급에 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한국은 지금 마약 확산의 ‘도어스텝(문간)’에 서 있습니다.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점점 중요해질 겁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저스티스 테티 마약 및 과학분석 총괄부장(55)은 최근 한국의 급속한 마약 확산 실태를 두고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테티 부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기준에선 아직 한국의 마약 실태가 양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도어스텝’을 넘어서면 순식간에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티 부장은 마약, 국제 범죄 문제 등의 대응을 위해 유엔이 1997년 설립한 UNODC에서 11년째 국제 마약범죄 감시 및 성분 분석을 맡고 있는 전문가다. 최근 대검찰청과 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마약범죄 대응 공조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테티 부장은 “한국 정부가 마약 밀수 차단에만 집중한다면 유통되는 마약 가격만 높일 뿐 뿌리 뽑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상황이 심각할수록 마약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 문제는 나라별 경제, 사회, 문화 상황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드러난다”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한 유통망 차단과 치료 및 재활 유도라는 양방향 정책을 동시 추진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테티 부장은 최근 경찰청이 개발 중인 휴대용 마약 키트의 시연을 본 뒤 이를 해외 국가의 마약 단속에 활용할 방안도 경찰청과 논의했다.
“아직 많은 국가들이 마약을 단속하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검출 키트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각국 경찰과 시민이 손쉽게 마약을 탐지할 수 있도록 한국이 개발 중인 키트의 보급을 추진할 생각입니다.”(테티 부장)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