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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약 확산 변곡점… 국제공조로 막아야”

입력 | 2022-11-26 03:00:00

저스티스 테티 UNODC 총괄부장
“900kg 규모 필로폰 적발될 정도
밀수 차단으로 뿌리뽑기 힘들어”
韓개발 검출 키트 각국 보급 추진



최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저스티스 테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마약 및 과학분석 총괄부장(왼쪽)이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과 휴대용 마약 키트 보급에 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한국은 지금 마약 확산의 ‘도어스텝(문간)’에 서 있습니다.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점점 중요해질 겁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저스티스 테티 마약 및 과학분석 총괄부장(55)은 최근 한국의 급속한 마약 확산 실태를 두고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테티 부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기준에선 아직 한국의 마약 실태가 양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도어스텝’을 넘어서면 순식간에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티 부장은 마약, 국제 범죄 문제 등의 대응을 위해 유엔이 1997년 설립한 UNODC에서 11년째 국제 마약범죄 감시 및 성분 분석을 맡고 있는 전문가다. 최근 대검찰청과 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마약범죄 대응 공조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2019년에도 한국을 찾았던 테티 부장은 “3년 전엔 한국 정부가 다크웹이나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마약 판매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요즘은 한국에서도 900kg 규모의 필로폰 밀수가 적발될 정도”라며 “더구나 전보다 고가의 마약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테티 부장은 “한국 정부가 마약 밀수 차단에만 집중한다면 유통되는 마약 가격만 높일 뿐 뿌리 뽑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상황이 심각할수록 마약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 문제는 나라별 경제, 사회, 문화 상황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드러난다”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한 유통망 차단과 치료 및 재활 유도라는 양방향 정책을 동시 추진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테티 부장은 최근 경찰청이 개발 중인 휴대용 마약 키트의 시연을 본 뒤 이를 해외 국가의 마약 단속에 활용할 방안도 경찰청과 논의했다.

“아직 많은 국가들이 마약을 단속하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검출 키트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각국 경찰과 시민이 손쉽게 마약을 탐지할 수 있도록 한국이 개발 중인 키트의 보급을 추진할 생각입니다.”(테티 부장)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