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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저도 돕고 싶어요”

입력 | 2022-11-28 03:00:00

CPR 교육 기자가 해보니… 이태원 참사 후 참가자 2배 늘어




사진 뉴스1

“CPR 가능한 분 계세요? 저기요? 제발요.”

10월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선 심폐소생술(CPR) 가능자를 찾는 목소리가 간절했다. 군중 압착으로 쓰러진 심정지자를 살리기 위해서다. 심폐소생술은 일정하게 강한 힘을 가해야 효과가 있어 병원에서는 심정지자 1명당 다수의 의료진이 교대 실시한다. 하지만 그날은 심폐소생술 가능자 1명당 심정지자 1명을 담당하기도 어려웠다. 제대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했던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11월 15일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 CPR 시행률은 28.8%(2021년 기준)다. 이는 병원 도착 전 ‘근무 중인 구급대원 및 의료인’을 제외한 일반인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급성심장정지(심장 활동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멈춘 상태) 환자의 비율이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생존율은 11.6%(2021년 기준)로, 시행하지 않았을 때(5.3%)보다 2배 이상 높다. 기자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은 간단히 접수할 수 있다. 우선 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에서 교육장을 골라 ‘일반인 교육과정’을 신청한다. 교육장은 곳곳에 있어 본인의 집이나 직장 등과 가까운 장소로 설정하면 된다. 교육은 기본과정(1시간 소요·2만 원)과 심화과정(3시간 소요·3만 원)으로 나뉜다. 기자는 영아 및 소아 심폐소생술도 함께 배우기 위해 심화과정을 신청했다.


‘5분의 골든타임’ 주는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땐 심정지자의 가슴과 주먹 하나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려 무릎을 꿇고 앉는다. 라이프가드코리아 제공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땐 심정지자의 가슴과 주먹 하나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려 무릎을 꿇고 앉는다. 라이프가드코리아 제공

11월 9일 오후 2시 CPR 교육 수강을 위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라이프가드코리아’ 교육장을 찾았다.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교육장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강의 시작에 앞서 김원지 라이프가드코리아 팀장은 “심정지 상태가 4∼6분 지속되면 심장이 다시 뛰더라도 뇌는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폐소생술은 정확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혼자 있는 상황이거나 용기가 나지 않으면 119에 신고 후 ‘전화도움 심폐소생술’을 요청하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의 강도와 속도, 압박 위치를 구두로 안내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심폐소생술 시행이 가능하다.

심폐소생술 실시 전 본인 안전 확보와 환자 반응 확인은 필수다. 특히 뇌전증 발작 같은 심정지 상태가 아닌 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오히려 갈비뼈 등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호흡 상태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어깨를 두드리기, 의사 물어보기, 눈으로 흉곽 관찰하기 등으로 호흡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정지자는 축 늘어져 있어 규칙적인 호흡이나 흉곽의 오르내림을 관찰할 수 없다. 쓰러진 이후 짧은 경련이나 비정상적 호흡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생명 살리려면 신속·정확 조치 필요해


교육장에는 2종류의 ‘애니(Annie·실습 모형)’가 준비돼 있었다. 성인과 소아, 그 대상에 따라 심폐소생술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인은 양어깨를 치면서 의식을 확인하지만 영아는 발바닥을 두드렸을 때 발을 오므리는지를 확인한다.

환자의 반응이 없다면 주변인 둘을 특정해 119 신고와 자동심장충격기(AED·자동제세동기)를 각각 부탁해야 한다. 교육생들은 다 같이 “○○한(예: 안경 쓴 빨간 니트) 여성분 119 신고해주시고, □□한(예: 모자 쓴 파란 셔츠) 남성분 자동심장충격기 가져와주세요”라는 문구를 여러 번 반복해 말하면서 연습했다. 직접 해보니 긴장 상태에서 상대의 인상착의를 언급하고 부탁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경우엔 직접 119에 신고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크게 가슴압박, 인공호흡, 자동심장충격기 사용까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가슴압박은 손가락이 가슴에 닿지 않도록 두 손을 포갠 뒤 약 5cm 깊이(소아는 4∼5cm)까지 강하고 빠르게 시행한다. 30회까지 세어가며 규칙적으로 시행하고, 환자가 회복되거나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가 중요하다. 압박된 가슴이 완전히 이완돼야 심장에 피가 채워져 이를 온몸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자세로 압박을 성공하자 애니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인공호흡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자제되고 있지만 익수자, 소아, 영아의 경우 인공호흡을 병행해야 소생률을 높일 수 있다. 인공호흡은 우선 손날로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개방해야 한다. 심정지자의 코를 잡아서 막고 입을 크게 벌려 심정지자의 입을 완전히 막은 후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1초간 숨을 넣는다. 숨을 넣을 땐 환자의 가슴이 오르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숨을 넣은 뒤엔 입을 떼고 코도 놓아 공기가 나오도록 한다. 이때 날숨을 과하게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슴압박 15회와 인공호흡 2회가 한 세트다. 이 또한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반복해 시행한다.

심정지 초기 상황에서는 가슴압박만 시행하는 가슴압박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함께하는 심폐소생술의 효과가 유사해 지상에서 쓰러진 보통의 경우에는 가슴압박만 시행해도 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교육 당일 애니 대상 인공호흡 실습은 하지 않았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심정지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게끔 도와주는 도구다. 이는 반응과 정상적인 호흡이 없는 심정지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기기의 전원 버튼을 누른 뒤 음성 안내에 따라 패드를 붙이면 돼 어렵지는 않았지만, 기기 작동을 준비할 동안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보조인과의 교대가 필요했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뒤에는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 자동심장충격기는 2분마다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으로 분석해 전기충격 필요성을 판단하기에 분석 결과를 참고하며 사용해야 한다. 심전도 자동분석 음성 안내가 다시 나오면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분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음성 또는 화면 안내에 따라 전기충격 절차를 다시 시행하면 된다.

 

“그날엔 운 좋게 살았지만, 나중에 꼭 돕고 싶어요”


심폐소생술 교육에 참여한 이루아 씨의 필기 노트. 이경은 기자

실습 과정은 생각보다 고됐다. 심폐소생술을 몇 세트 반복했더니 숨이 찼고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교육이 끝나면 간단한 평가 과정을 거쳐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교육생 이루아(24) 씨는 모든 교육과정을 노트에 받아 적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 목격자였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간절히 찾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현장을 빠르게 벗어나는 것뿐이었다”며 “이후 너무 마음이 아파 심폐소생술 교육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꼭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심폐소생술을 잘하지 못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나아요.”

교육의 마무리에서 김 팀장이 강조한 말이다. 법에서도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을 통해 이를 보장하고 있다. 고경옥 라이프가드코리아 대표도 “참사 이후로 전반적인 참가자 수가 확연히 늘었다”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루에 한 차례 실시되던 교육이 두 차례로 늘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대면 강의가 원칙인 심폐소생술 교육은 글로 여러 번 읽기보다 한 번의 실습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언젠간 배워야지’ 망설였다면 이제라도 심폐소생술 교육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