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Y2K 소환한 MZ세대 스타일 아이콘, 장원영

입력 | 2022-11-28 03:00:00


장원영 인스타그램

배우 이영애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인터넷에선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가 돌았다. 이영애가 촬영한 CF로 그녀의 하루를 구성한 것인데, 아침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정수기 필터를 교체한 다음 깐깐하게 정수한 물을 마시며 쉬다가 오후엔 □□카드로 헬스와 쇼핑을 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전지현이 CF 여왕에 오르면서 이영애의 하루는 전지현의 하루로 바뀌었고, 이제는 걸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18)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장원영은 현재 SKT와 이니스프리를 비롯한 9개 회사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아웃도어 의류, 골프웨어, 캐주얼 의류, 슈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핫한 브랜드들이 망라돼 있다. 장원영을 얼굴로 내세운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시너지를 내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다. 장원영은 지난해부터 미우미우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앰배서더는 해당 브랜드의 아이템을 협찬받아 착용하거나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10월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우미우 2023 SS 컬렉션. 패션쇼장에 마이크로 데님 쇼츠와 크롭트 재킷, 미우미우의 시그니처인 마테라쎄 나파 탑 핸들 백을 매치한 장원영이 등장하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소녀 같은 얼굴과 바비 인형 같은 몸매의, 비현실적이어서 더욱 압도적인 비주얼은 프런트 로(front row·패션쇼장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세계적인 셀럽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쇼가 끝난 후 그녀가 SNS에 올린 사진은 150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장원영 인스타그램

MZ세대 스타일 아이콘으로 통하는 장원영 덕분에 국내에 ‘프라다의 세컨드 브랜드’ 정도로 알려졌던 미우미우는 요즘 1020 여성들의 잇 브랜드로 부상했다. 지난 시즌 그녀가 착용한 미우미우의 미니스커트, 로라이즈 진, 발라클라바 등은 그대로 트렌드가 됐고 장원영에겐 ‘인간 미우미우’라는 별명이 붙었다.

장원영은 2018년 방영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아이즈원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걸 그룹 아이브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듀스 48’ 출연 당시 연습생 경력 1년 차, 최연소 참가자이던 장원영은 앳된 얼굴에 168cm의 큰 키 때문에 ‘자이언트 베이비’라 불렸다. 지금은 통통한 볼살이 사라진 대신 키가 5cm 정도 더 자랐다. 소녀 같은 얼굴에 모델 같은 몸매,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상적인 비주얼에 가까워진 것이다.

미우미우는 프라다 그룹의 회장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미우치아 프라다가 1993년 설립한 브랜드. 미우는 미우치아의 어릴 적 이름이자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분신의 모습이다. 미우치아는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진지하고 우아한 사람도 때로는 장난스럽고 유혹적인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미우미우의 콘셉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장원영은 미우미우 앰배서더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한때 소녀 취향의 러블리한 무드에 치우쳤던 미우미우는 2021년 컬렉션부터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한층 더 과감하고 파워풀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Y2K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Y2K는 ‘Year 2000’의 줄임말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패션을 말한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가 10월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Y2K 스타일 패션 브랜드 판매액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미우미우의 매출은 42% 늘었다. 미우미우의 앰배서더 장원영은 룰라의 채리나, 핑클의 이효리 등이 입었던 허리가 드러나는 배꼽티와 흘러내릴 듯한 골반바지가 크롭트 셔츠, 로라이즈 진이라는 이름으로 트렌디하게 재해석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편 장원영은 LVMH 그룹 소속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의 앰배서더로도 발탁됐다. 9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레드 메종의 갈라 디너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프레드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머리에는 봉황 비녀를 꽂아 포인트를 주었다. 배우 정호연이 루이비통 드레스에 우리 고유의 댕기를 매치한 것과 비슷한 맥락.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봉황은 자신들의 문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봉황 비녀는 조선 왕실 여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신구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