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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넘어 화성 바라보는 아르테미스

입력 | 2022-11-26 10:53:00

달에 매장된 알루미늄, 티타늄 탐사… 우주항공·경제 활성화 기대




11월 16일 미국항공우주국 (NASA) 다목적 우주선 오리온을 실은 아르테미스 1호가 4차례 연기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뉴시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목적 우주선 ‘오리온’과 차세대 대형 발사체 우주발사시스템(SLS)을 실은 아르테미스 1호가 11월 16일 오전 1시 47분(현지 시간) 발사에 성공했다. 오리온은 이륙 엿새 만에 달 상공 약 130㎞를 근접 비행함으로써 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가 순조롭게 첫발을 뗐음을 알렸다. 이번 탐사 임무는 새로운 우주기술을 확인하는 동시에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년 만에 유인 달 착륙을 재개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와 함께 화성 탐사 전초기지 건설, 민간 우주 경제 활성화 등 인류의 우주개발을 한 단계 확장할 원대한 계획을 내포하고 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이다. 아폴로 계획의 이름을 따온 아폴론의 쌍둥이 누나로, 아폴로 계획과 아르테미스 계획의 연결성을 내포한다. 유인 달 탐사를 목적으로 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이번 SLS 발사는 첫 단계인 ‘아르테미스Ⅰ’의 시작을 알렸다. 아르테미스Ⅰ은 유인 탐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SLS 로켓과 우주선 오리온 캡슐의 안전성 및 기능을 검증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오리온은 이륙 엿새 만에 달 상공 약 130㎞를 근접 비행하며 순항하고 있다. [NASA 홈페이지]

차세대 발사체 SLS
SLS 로켓은 NASA의 새로운 우주 발사체다. 기존 유인 우주 탐사를 수행한 새턴 V 로켓의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탄생했으나, 성능은 그것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SLS 로켓은 2014년부터 개발됐으며, 약 230억 달러(약 31조900억 원) 비용이 투입됐다. SLS 전체 길이는 98m로 32층 건물 높이에 달한다. 2개의 로켓 부스터가 코어 스테이지(로켓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섹션) 측면에 붙은 형태다. 초저온 액화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써서 작동하는데, 측면에 위치한 2개의 로켓 부스터는 고체 연료 화합물을 사용해 최대 4000t(약 3900만 뉴턴)의 강력한 추력(추진체가 연료를 연소할 때 반작용으로 받는 추진력)을 제공한다. 지구 저궤도까지 143t의 탑재체를 올릴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이다.

이처럼 성능이 대폭 향상된 발사체가 필요한 이유는 SLS를 통해 달에 인류의 영구적인 주둔을 돕고,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자원과 인력을 달에 운반할 장기 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를 달로 이동시키고, 달 기지 건설을 위한 부품이나 화물을 달 표면으로 운반할 수도 있다.

존 블레빈스 NASA SLS 로켓 수석엔지니어는 미국 IT(정보기술) 전문지 ‘매셔블’을 통해 “기존 새턴 V 로켓도 여러 차례 달에 우주비행사를 실어 나를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만, 이미 수십 년 지난 기술과 재료를 사용하기에 재건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해야 했다”며 “새턴 V 로켓이 표적 임무를 수행했다면, 이번 SLS는 새로운 우주 발사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달 궤도 유인 탐사

NASA가 최근 선발한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 팀. [NASA 홈페이지]

첫 발사에서 SLS는 사람을 태우지 않은 오리온 우주선을 탑재했다. 오리온은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데려다주고,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며, 지구 귀환 시 무사히 재진입할 수 있는 탐사 차량 역할을 할 우주선이다. 이번 발사를 통해 2024년 본격적인 유인 탐사를 앞두고 오리온이 우주에서 어떻게 견디는지를 확인하는 사전 테스트 작업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달 탐사 환경, 안전한 지구 귀환 등 유인 탐사에 필요한 모든 여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오리온에는 사람 대신 특수 제작된 마네킹 3개가 실렸다. 이 마네킹에는 센서가 장착돼 임무 전반에 걸쳐 방사선 노출 여부와 움직임 등이 측정된다. 또 우주비행사들이 발사, 진입 등 여러 임무 수행 과정에서 착용할 우주복의 성능도 함께 점검한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올 때 시속 약 4만㎞ 속도를 견디며 탑승자를 보호할 오리온의 방열판과 열 차폐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여부도 테스트하게 된다. 고방사선 환경인 우주에서 우주비행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 장기간의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등 유인 우주선으로서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SLS는 오리온과 함께 달 궤도에 배치될 10개의 큐브 위성을 운반해간다. 이 큐브 위성들은 유럽우주국(ESA), 이탈리아우주국(ASI),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등이 개발한 것으로 달, 태양, 지구 및 인근 소행성을 연구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달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들은 얼음 형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구음영지역 분화구를 자세히 조사한다. 방사선 측정은 물론, 심우주 방사선이 살아 있는 유기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과학 데이터들을 수집할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1단계 무인 탐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2단계에서는 2024년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 탐사를 거친 뒤 아르테미스 3단계가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다.

5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아폴로 계획은 NASA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1969년부터 1972년까지 달에 내린 우주비행사 12명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으며, 한 번에 사흘 이상 달 표면에 머문 적이 없었다. 아르테미스 3단계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최종적으로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게 된다. 이들은 달 극지에 착륙해 일주일가량 탐사 활동을 벌인 뒤 귀환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탐사 프로그램

오리온 개발에 참여한 미국 록히드마틴.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50년 전 아폴로 계획은 미국이 냉전시대를 관통하며 옛 소련보다 한발 빠르게 달에 도달하고자 내세운 임무였다. 현재는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달 탐사 경쟁에 나서며 상황이 바뀌었다. 1987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우주정책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존 로그던은 천문학 매거진 ‘아스트로노미’를 통해 “아르테미스 1단계는 민간 및 국제 파트너와 함께 태양계를 가로질러 인간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탐사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다른 국가, 특히 중국과 경쟁은 이러한 지속적인 탐사 노력에 비해 부차적 목표”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임무에는 현재 미국 주도 아래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2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해 10번째 참여국이 됐다. 아르테미스 임무에 참여하는 일환으로 9월 발사된 한국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에 NASA가 개발한 음영카메라 섀도캠이 실렸다.

아르테미스 임무에는 미지 영역을 개척하는 과학적 목표뿐 아니라, 경제적 목표도 주어진다. 달에는 음영이 구분되는 두 가지 주요 지질학적 지역이 자리한다. 어두운 부분은 철과 티타늄 농도가 높고, 밝은 영역은 더 많은 알루미늄이 있다. 알루미늄, 철, 마그네슘, 티타늄 같은 금속을 배터리나 고체 로켓 연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우주 암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야금(冶金)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아르테미스는 민간 우주기업을 통한 우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현재 에어로젯 로켓다인, 보잉, 제이콥스,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스페이스X 같은 거대 기업과 3800개 이상 공급업체가 오리온 우주선과 SLS 로켓, 달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록히드마틴 우주시스템은 오리온 우주선 개발을, 에어로젯 로켓다인, 보잉, 노스롭그루먼은 SLS를 협력 개발했다.


화성과 소행성으로 가는 시험장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2017년 공식적으로 수립될 당시 NASA 국장을 역임한 짐 브라이든스타인은 “달은 인간의 화성 탐사를 위한 시험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초 NASA는 추진 중인 탐사, 운송과 거주, 달과 화성 인프라 등 달에서 화성에 이르는 50개 핵심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목표는 오랜 기간 심우주에서 인간 존재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달에 전초기지를 만듦으로써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 최대 2개월 동안 머무르는 계획은 그 일부다.

이를 통해 나아갈 목적지는 지구에서 편도로 7개월 이상 걸리는 화성이다. 달 전초기지는 구체적으로 달 궤도를 돌게 될 달 우주정거장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초기지가 불필요한 ‘달 궤도 요금소’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달 우주정거장은 화성 진출에 필요한 게이트웨이로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우주비행사는 달 우주정거장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그곳을 화성 여행을 위한 정류장과 화성 운송 차량에 필요한 모든 물류를 통합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폴 케이 번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지구행성과학과 교수는 BBC닷컴을 통해 “우주 탐사의 방향성을 다시 달로 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을 화성과 소행성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기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달 탐사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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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66호에 실렸습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