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구인 규모, 구직자 2배 코로나 후 학위요구 공고 5%P↓” 메릴랜드 등 지방정부도 동참
노동자 부족이 심각한 미국 고용 시장에서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학력 요건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글, IBM, 월마트, 델타항공 등 미 대기업이 학력 조건을 완화하고 ‘기술’과 ‘경험’에 의존하는 채용을 주도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크탱크 버닝글라스 연구소를 인용해 올 11월 기준 전체 채용 공고 중 대학 졸업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공고의 비중이 41.4%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초 46.5%에 비해 5.1%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는 미국 내에서 구인 규모가 구직 규모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WSJ는 분석했다. 올 9월 미국의 구인 공고는 총 1070만 건으로 구직자 수(580만 명)의 약 2배에 육박했다.
델타항공 역시 올 초 조종사에 대한 학력 요건을 완화하며 “4년제 대학 학위를 선호하지만 필수는 아니다”라고 공개했다.
구글은 아예 온라인으로 대학을 대체하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10만 명 이상이 수료했다. 구글 외 약 150개의 기업이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 최대 민간 고용 사업자인 월마트도 마찬가지다. 캐슬린 매클로플린 수석 부사장은 “미국 내 매장 관리자의 75%가 시간제 일자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며 졸업장보다 업무 경험을 통해 얻은 기술과 지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업무는 물론이고 사무직 채용에서도 점차 학위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메릴랜드주 정부는 대졸 요건을 없애고 고졸자 채용을 늘리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일자리에서 기회를’의 브리지트 그레이 최고고객책임자는 WSJ에 “대학은 신분 상승을 위한 명백한 길이지만 유일한 길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