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참패했다. 단체장을 뽑은 21개 현·시 가운데 국민당 승리가 13곳이었고, 민진당 승리는 5곳에 그쳤다. 대만 언론은 “1986년 민진당 창당 이래로 지방선거 사상 최대의 참패”라고 평가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방선거 패배의 파장은 컸다. 선거 직전 “민진당 찍는 것은 나를 찍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던 차이잉원 총통은 겸직하는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2년 뒤 총통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노려온 민진당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대만 지방선거에선 대체적으로 거대 담론보다는 민생·지역 이슈가 쟁점이었다. 이번에도 코로나19 방역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 변수도 부상했다. 중국이 8월에 대만을 겨냥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자 대만도 포사격으로 맞대응했다. 중국이 대만 무력통일을 강조하자 미국은 대만 사수를 약속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자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관계 파국을 우려하는 민심이 민진당 심판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양당은 한국의 거대 양당처럼 지지 기반이 확연히 갈라져 있다. 국민당은 국공 내전 전후로 대륙에서 이주해 온 세력이 핵심 지지층이다. 그래서 중국 본토와 평화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교류·협력을 하자는 입장이다. 민진당은 대만 본토 출신들이 든든한 우군이다. 이 때문에 당 헌장에 ‘대만 독립을 지향한다’고 명시할 정도로 반중 독립 의지가 강하다. 집권당의 중국에 대한 태도에 따라 양안 사이에 긴장과 협력 분위기가 교차하는 이유다.
▷그러나 선거 민심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은 참패했지만 이후 홍콩의 민주화 시위 등으로 반중 여론이 고조되자 반중 독자 노선을 명확히 한 결과 2020년 총통선거에선 승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중국에 대한 여론 등 선거 변수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만으로 2024년 총통선거를 앞둔 민심의 ‘추’가 완전히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