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4년만의 단독 콘서트 현장 9년만의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등 변함없이 투명한 미성으로 23곡 열창 히트곡 부를 땐 1만명 관객 한목소리… LED 스크린 6개 무대연출도 압도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4년 만에 콘서트를 연 ‘가왕’ 조용필(왼쪽)이 27일 히트곡 ‘추억속의 재회’를 열창하고 있다. 마치 해저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영상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창가에 스쳐가는 젖은 눈의 그댈 보았네’라는 가사와 어우러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일흔둘의 나이에 ‘오빠’라는 호칭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6일 열린 콘서트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무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점박이 셔츠에 흰 바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조용필은 여전한 ‘오빠’였다. 팬 1만 명은 2018년 5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가왕’을 격하게 반겼다.
“3kg이 쪄서 주름살이 좀 없어졌다”는 그의 말처럼 조용필의 얼굴은 젊었다. ‘꿈’에서 시작해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모나리자’,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등 23곡을 열창한 2시간 10분 동안 초원을 가르는 듯한 가왕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투명했다.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는 2013년 정규 19집 ‘헬로’ 후 9년 만의 신곡이다. ‘찰나’는 멜로디 랩을 삽입하고 사랑에 빠진 운명적 순간을 가사로 담았다. ‘세렝게티처럼’은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년)의 대히트로 2001년 탄자니아 문화훈장을 받아 탄자니아를 방문한 조용필의 ‘탄자니아 시리즈’의 확장이다. 팝 록 장르인 두 곡 모두 해외 프로듀서가 작곡하고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를 써 조용필이 기존의 음악적 틀을 깨고 젊은 세대까지 포용하는 곡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세렝게티처럼’ 고음 구간인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 보는 거야’에서 특유의 힘 있는 미성을 선보였다. 이 곡을 부른 후 “녹음을 끝낸 뒤엔 늘 궁금하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저 그럴까?’ (곡을) 발표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된다.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점은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팔을 뻗은 채 관객과 호흡하는 조용필. YPC프로덕션 제공
무대 음악이 주는 전율을 강조해 온 그답게 무대연출은 압도적이었다. 정면과 좌우, 위 네 개의 대형 스크린, 상단 좌우의 작은 스크린까지 총 여섯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활용됐다. ‘추억속의 재회’에선 전면 스크린 상단에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을 연출해 마치 조용필이 심해에서 노래하는 듯했다. ‘친구여’에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세렝게티처럼’에선 해 질 녘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 ‘단발머리’에선 분홍 솜사탕구름이 펼쳐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