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경 전작 국내 알린 김현주 교수 “뒤늦게 부고 실은 NYT 보고 의문 그녀의 삶, 우리 돌아보게 만들어”
차학경의 영상작품 ‘치환’(1976년)에서 반복 상영되는 차학경 동생의 얼굴. 차학경의 얼굴은 한 컷 들어가 있지만 둘을 구별하지 못하는 미국인의 반응을 통해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Courtesy Electronic Arts Intermix (EAI), New York.
올해 1월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0년 만에 ‘뒤늦은 부고’를 냈다.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차학경(1951∼1982)이다. 부산 출생인 차학경은 12세에 하와이로 간 뒤 미국 본토로 이주했다. 서른한 살에 요절한 탓에 남긴 작품은 50여 점에 그치지만 비디오, 퍼포먼스, 아트북 등에는 이민자와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그의 사유가 두루 담겼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상영 중인 프로그램 ‘영화로, 영화를 쓰다’에서는 차학경과 이란의 포루그 파로흐자드, 베트남계 프랑스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미국의 수전 손택까지 여성 예술가 네 명의 작품을 다룬다.
김현주 교수
차학경의 미완성 유작 ‘몽고에서 온 하얀 먼지’(1980년)는 중국 만주로 망명한 실어증 여성의 일대기를 소설과 영화로 만들다 중단된 작품이다. 조선 말 일제의 침략을 피해 만주로 건너간 차학경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토대로 만들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어느 시대나 있었지만 지금은 주변부의 목소리가 나올 통로가 보다 다양해졌습니다. 변방이라 여겨지던 데 존재했던 이의 삶과 작품에 관심을 갖는 시대 분위기가 차학경을 불러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차학경을 통해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돌아보면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죠. 차학경의 삶은 우리에게 자신과 타인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