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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경기 만에… 카타르 ‘294조원 모래성’

입력 | 2022-11-28 03:00:00

[WORLD CUP Qatar2022]
개최국 사상 첫 2연패 탈락 확정… 12명 귀화선수도 패배 막지 못해
강호 네덜란드와 최종전도 걱정… 3전패 ‘승점 0’ 굴욕 위기 몰려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이스마일 무함마드가 25일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1-3으로 져 2연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있다. 월드컵 개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건 2010년 대회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다. 도하=AP 뉴시스


월드컵 개최에 쓴 2200억 달러(약 294조 원)도, 12명에 달하는 귀화 선수도 카타르를 16강 무대로 이끌지 못했다. 이제 카타르 팬들은 92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의 전패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 카타르는 25일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세네갈(18위)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21일 개막전에서 에콰도르(44위)에 0-2로 패했던 카타르는 이로써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 첫 2경기를 모두 내준 개최국이 됐다.

이어 26일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 네덜란드(8위)와 에콰도르가 1-1로 비기면서 카타르는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건 카타르가 처음이다. 또 월드컵 개최국이 2경기 만에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것도 카타르가 처음이다. 카타르가 12월 3일 0시에 열리는 3차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면 개최국 최초로 승점을 1도 못 얻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2002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역대 21차례 월드컵 개최국 22개국 가운데 16강 진출에 실패한 건 2010년 대회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단, 당시 FIFA 랭킹 83위였던 남아공은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프랑스(9위)를 물리치면서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현재까지도 랭킹 74위 차이를 이겨내고 승리를 차지한 건 당시 월드컵 본선 역사상 최다 랭킹 차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일)으로 남아 있다. 당시 남아공은 1승 1무 1패로 멕시코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2)에서 멕시코(+1)에 뒤져 A조 3위로 16강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반면 카타르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도 딱 2경기 만에 16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 때부터 총 2200억 달러를 들여 이번 월드컵을 준비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진출한 이번 대회 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이 한 번도 없던 카타르는 총 12명을 귀화시키면서 이번 대회에 대비했다. 모로코(14명) 다음으로 귀화 선수가 많은 팀이 카타르다.

카타르 귀화 선수 중에는 수단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다. 그리고 수단 출신 가운데는 올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상혁(26·용인시청)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따낸 무타즈 바르심(31)의 친동생인 골키퍼 마시알(24)도 이번 월드컵 카타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마시알은 이날 선발 골키퍼로 경기에 나섰지만 세네갈의 유효 슈팅 4개 중 3개를 골문으로 통과시키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 경기에서 후반 33분 카타르의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성공시킨 무함마드 문타리(29)는 가나 출신이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