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위치한 빨간 벽돌집 ‘딜쿠샤’ 전경. 국가등록문화제 제687호인 이곳은 3·1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린 미국 출신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와 그의 아내 메리 테일러(1889~1982)가 살았던 곳이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가면 100년 전 탄생한 빨간 벽돌집이 있다.
이름은 ‘딜쿠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을 가진 이 집은 3·1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린 미국 출신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와 그의 부인 메리 테일러(1889~1982)가 살았던 곳이다.
행촌동 빨간 벽돌집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딜쿠샤’가 다음달 11~2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딜쿠샤’ 기획을 처음 떠올린 건 뮤지컬 배우 양준모(42). 그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웃는 남자’ 등의 무대에 선 배우인 동시에 뮤지컬 기획자이기도 하다. ‘딜쿠샤’ 개막을 앞두고 1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뮤지컬 ‘딜쿠샤’를 기획한 뮤지컬배우 양준모. 국립정동극장 제공
“100년 전 지어진 딜쿠샤는 기구한 운명을 지닌 집이에요. 철거 위기도 몇 번 있었죠. 하지만 최근까지도 열 몇 가구가 살았을 정도로 생명력 또한 끈질겨요. 무엇이 딜쿠샤를 100년 넘게 살아남게 했을까. 그게 궁금했습니다.”
“작가님은 오랫동안 딜쿠샤를 취재해왔기에 스토리를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뮤지컬 각본 초고를 봤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진짜 살아있는 느낌이었죠. 딜쿠샤를 자료로만 접한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는 호흡이었어요.”
다음달 11일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딜쿠샤’의 포스터. 국립정동극장 제공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딜쿠샤’는 픽션이다. 가상의 인물 금자(하은섬)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최인형)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딜쿠샤를 만든 사람부터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 또 그곳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숙자, 망개떡 장수, 미군 스파이…. 딜쿠샤에 살았던 인물들을 하나씩 만나다보면 한국 근현대사를 훑게 되죠. 역사를 다루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실재했던 이야기라는 것에서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1999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데뷔한 성악가이자 배우인 그가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16년. 당시 오페라 ‘리타’를 연출하면서 제작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뮤지컬 ‘포미니츠’에 이어 ‘딜쿠샤’까지. 그가 연출, 제작에 관여한 작품만 3개다.
창작 파트너는 맹성연 작곡가로 그의 아내이기도 하다. 앞선 두 작품에 이어 ‘딜쿠샤’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그는 “서로의 개인 작업도 모니터해주는 사이니까 누구보다 스타일을 잘 안다. 그러다보니 이젠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창작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