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 한신메디칼㈜
“제가 처음 의료용 멸균기를 국산화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모두 저보고 미쳤다고 했습니다. 국산 멸균기를 쓰는 곳은 없을 거라고 하면서요”
김정열 한신메디칼㈜ 대표(사진)는 1982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의료용 고압증기 멸균기를 생산하기 전까지 주변의 시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와 한신메디칼은 한국 의료용 멸균기 산업의 산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 의료기기 분야에서 멸균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해외 기업 제품에 대한 신뢰가 워낙 높아서 국산 제품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일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과를 냈다.
의료용 멸균기는 스팀 멸균기, 가스 멸균기, 플라스마 멸균기, 건열 멸균기 등 총 4가지 종류가 있다. 한신메디칼은 이 제품들을 모두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1988년에는 의료용 고압증기멸균기에 대한 KS규격(KSP 6102)을 국내 최초로 획득하는 등 꾸준히 기술개발을 이어왔다. 지금도 연평균 매출 12%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국내 멸균기 시장은 250억 원가량의 규모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아무리 진료를 잘해봐야 오염되면 아무 의미 없다. 멸균기를 더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47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물질 위주의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사람경영 위주로 간다. 우리 회사는 전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이 넘는다. 인간경영만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고귀한 자산이며 중소기업은 각자 한 명 한 명이 기술자여야 한다”는 경영 소신을 밝혔다.
김 대표는 제조업 분야 원로 경영인으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품질도 갖추지 못한 제품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정부 입찰에 참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역량도 안 되는 기업들이 입찰을 따와서 오히려 우리에게 나눠 먹자는 제의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