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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멸균기 국산화 산증인 “사람중심 경영”

입력 | 2022-11-29 03:00:00

[강소기업이 미래다]
한신메디칼㈜




“제가 처음 의료용 멸균기를 국산화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모두 저보고 미쳤다고 했습니다. 국산 멸균기를 쓰는 곳은 없을 거라고 하면서요”

김정열 한신메디칼㈜ 대표(사진)는 1982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의료용 고압증기 멸균기를 생산하기 전까지 주변의 시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와 한신메디칼은 한국 의료용 멸균기 산업의 산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 의료기기 분야에서 멸균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해외 기업 제품에 대한 신뢰가 워낙 높아서 국산 제품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일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과를 냈다.

의료용 멸균기는 스팀 멸균기, 가스 멸균기, 플라스마 멸균기, 건열 멸균기 등 총 4가지 종류가 있다. 한신메디칼은 이 제품들을 모두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1988년에는 의료용 고압증기멸균기에 대한 KS규격(KSP 6102)을 국내 최초로 획득하는 등 꾸준히 기술개발을 이어왔다. 지금도 연평균 매출 12%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국내 멸균기 시장은 250억 원가량의 규모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아무리 진료를 잘해봐야 오염되면 아무 의미 없다. 멸균기를 더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표창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2018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2019년 석탑산업훈장도 받았다.

그는 “47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물질 위주의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사람경영 위주로 간다. 우리 회사는 전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이 넘는다. 인간경영만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고귀한 자산이며 중소기업은 각자 한 명 한 명이 기술자여야 한다”는 경영 소신을 밝혔다.

김 대표는 제조업 분야 원로 경영인으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품질도 갖추지 못한 제품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정부 입찰에 참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역량도 안 되는 기업들이 입찰을 따와서 오히려 우리에게 나눠 먹자는 제의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