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말 연초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예대율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등 은행·보험·카드사 등 금융업권의 유동성 관련 규제를 추가로 풀기로 했다. 금융사들의 자금 ‘숨통’을 열어주는 대신, 금융사들이 단기자금시장과 기업자금시장 불안감 해소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금 윤용 관련 금융규제를 개선한다”며 “은행들이 자금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예대율, 정책자금 등에 대한 여러 규제를 풀어주고, 이로 인한 여유자금이 시장 안정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금융당국은 예대율 여력 확보를 위해 중기부·문체부 등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가지 대출을 예대율 산정시 대출금에서 제외키로 했다. 11종류의 대출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관광진흥개발기금·중소기업육성기금·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재활용산업육성자금·산업재해예방시설자금·국민체육진흥기금·도시가스공급배관건설자금·환경개선자금·무역진흥자금 대출 등으로 총 규모는 8조5054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채 발행 재개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은행채 발행과 관련해서는 사모사채, 공모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권 위원은 “(은행채와 관련)사모사채, 공모사채 등 다양한 방법에 대해 실질적으로 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돈을 쓰는데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예대율 규제와 함께 은행채도 고려의 대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도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퇴직연금 자금이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현재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한도를 한시적으로 풀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권 위원은 “퇴직연금 특별계정에서 차입 한도를 터주면 일시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질 수 있고 필요하면 차입이 아니라 보유한 채권을 RP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아라며 “연말 퇴직연금 자금 이동에 관해 우려가 많은데 밀착적으로 모니터링해 과당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금융지주 계열사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를 내년 3월말까지 10%포인트 완화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자회사의 다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10%에서 20%로, 신용공여 합계는 30%로 각각 늘어난다. 권 위원은 “최근 한 증권사가 채권 발행을 할 때 지주가 신용보강을 해주니 등급이 A급에서 AAA로 올라가게 됐다”며 “단기 자금 시장에 어려움이 있으면 지주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지고 시장 안정을 해주면 정부가 집중할 수 있는 부분과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증권사의 자기보증 유동화증권 매입이 허용됨에 따라, NCR(순자본비율) 위험값을 합리적 수준으로 명확하한다. 또 여전사의 조달여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포인트 완화하고, PF익스포져(대출+지급보증) 비율 증가에 대해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권 위원은 “채안펀드가 현재 하루 7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데 소진이 되니 미리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이번에 5조원 캐피탈 콜은 단기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상당히 반영한 측면이 있고, 결국 건설사나 CP, 부동산 PF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라고 강조했다.
또 한전채와 관련해서도 “금융권이 대출로 상당히 촘촘하게 받치고 있어 금리 등의 부분도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결국은 에너지 전략 등에 대한 범정부적인 논의를 거쳐서 해결되겠지만 그 전에 한전채가 시장 불안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