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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대만에 인도하지 못한 무기 미납 규모가 190억 달러(약 25조 4488억 원)에 달하며 양안 긴장 고조에도 대만 무장이 늦어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WSJ가 인용한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對) 대만 무기 미납품 규모는 120억 달러가 좀 넘었는데, 현재는 187억 달러로 늘었다.
여기엔 2015년 12월 주문한 재블린 대전차 108기와 스팅어미사일 215기도 포함돼 있지만, 이것들은 전혀 대만에 인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4월 의회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2009년부터 대만에 거의 300억 달러치 무기를 파는 데 합의했고, 이 중 180억 달러는 2017년 이후 판매가 이뤄졌다.
미군은 2년 전 중국의 대만 침공 시기를 2026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에 맞춰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대만 무장 전략 계획이 마련됐을 것이다.
그러나 재블린과 스팅어 등 2019년 이후 대만이 주문한 무기들은 대부분 현재 우크라이나에 보내지는 것과 같다. 하이마스(HIMARS·고기동 대구경 다연장 로켓시스템)와 곡사포, 하푼 미사일 등 대만이 주문한 무기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 종류는 대개 겹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대만이 주문한 하푼 대함 미사일의 경우 2026년이 지나야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WSJ는 전했다. 곡사포에 쓰이는 155mm 포탄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빠르게 소진 중이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를 감시기구인 미·중 경제심사위원회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무기 재고와 코로나19 관련 공급망 문제로 대만에 이미 판매가 승인된 무기 인도가 상당히 지연돼 대만의 준비 태세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미 당국자들은 대만에 대한 무기 공급이 지연된 건 맞지만, 원인이 대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때문이란 점은 부인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만이 주문한 건 새로 생산할 물량이고, 우크라이나에 가는 건 기존 비축물량이란 설명이다.
지난 5월 존 커비 당시 미 국방부 대변인(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관련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는 기존 비축량에서 마련한 것이며, 대만에 제공되는 것과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록히드마틴, 보잉 등 주요 방산업체 임원들도 코로나19로 초래된 공급망 문제가 많은 생산 시스템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주문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요가 증가하기 전부터 발생한 문제였다고 밝혔다.
더그 부시 미 육군 최고사령관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납품 지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지만, 전쟁이 단기적으론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대만의 경우 여러 여건상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일단 침공이 이뤄지면 사후 무기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무기 납품 지연은 미국이 대만의 방어를 적시에 지원할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맥카울 공화당 의원은 “대만에 인도돼야 할 무기들이 어떤 건 3년 넘게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봤듯 무기는 침공이 일어난 뒤보다 그 전에 공급되는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