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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법치주의 확실히 세워야”…내일 업무개시명령 발동

입력 | 2022-11-28 15:16:00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자료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 등 국가경제 피해 확산에 대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인 29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육상 운송분야 경보가 ‘심각’으로 오른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노동문제는 노(勞)측의 불법행위든 사(社)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국가경제 손실 우려에 윤 대통령은 29일 당초 추경호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기로 했던 국무회의를 직접 열어 업무개시명령을 상정, 의결할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된 제도로, 국무회의 의결이 현실화하면 명령이 내려진 첫 사례가 된다.

명령이 내려지면 운송사업자·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거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위반 시에는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1.28/뉴스1 ⓒ News1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가동됐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경찰청,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범정부 종합 비상대책을 시행하게 된다.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 단계는 총 4단계로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순이다.

앞서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선언 직후인 15일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으며 집단운송거부 시작 전날인 23일 경계로 상향했다. 이번 위기경보 단계 상향은 운송거부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점, 항만 등 주요 물류시설의 운송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점, 수출입 화물의 처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5일째에 접어들면서 시멘트, 정유, 철강,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지난 4일간 컨테이너 반출·반입량은 평소의 28.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하루 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기도 한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8일간 집단운송거부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선 24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화물차를 주차해 놓는 등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2022.11.28/뉴스1 ⓒ News1

화물연대는 오는 12월31일 종료되는 안전운임 일몰제의 폐지 및 안전운임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일몰제 3년 연장 및 품목 확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커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물연대 외에도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30일)과 철도노조 파업(12월2일)까지 예고된 상황이라 정부는 물류·교통 대란에 대비한 범정부적 대응에 돌입했다.

정부는 관용화물차를 투입하고 화물열차를 증편하는 등 가용한 대체 수송장비와 인력을 최대로 투입해 물류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와 신차 수송을 위한 임시운행허가, 임사장치장 추가 확보 등 비상수속대책을 추진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된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분야는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일몰제를 3년 연장하기로 발표하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화물자동차운수 사업법’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다각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외면한 집단운송 거부사태가 발생해 국가물류체계와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장관은 특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운행차량에 방해행위가 자행되는 것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경찰청은 불법행위자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정상적인 운송 보호를 위한 신속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비조합원 운전자에 대한 폭행·협박과 차량 손괴, 화물차량 정상운송 방해, 주요 물류시설 출입구 봉쇄 등 불법행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라며 “핵심 주동자와 극렬행위자,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민을 볼모로 삼고 국회 입법 과정을 집단의 힘으로 강요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 장관은 29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전제로 실무적인 절차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파업 이후 처음으로 교섭을 진행중이다. 국토부에서는 물류정책관 등 실무자가, 화물연대에서는 수석부위원장과 5개 지역 본부장 등이 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제, 품목 확대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 간 입장 차가 커서 해결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