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주차장 출구서 잠든 만취자 발 밟아…운전자 ‘억울함 호소’

입력 | 2022-11-28 17:13:00

주차장 통로 구석에서 잠든 주취자. 한문철TV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회전형 출구통로를 빠져나가던 운전자가 구석에서 엎드려 자고 있던 주취자의 발을 차량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사고를 냈다. 경찰과 보험사는 운전자의 과실로 판단했지만, 운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사고 전문 유튜브채널 한문철TV에는 지난 27일 ‘경찰은 사람이 일부러 차에 뛰어들지 않는 한 차가 가해자라고 한다’라는 제목으로 8분 31초 분량의 영상 한 편이 올라왔다. 사고는 지난 9월 11일 오전 9시경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제보자 A 씨의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지하주차장에서 회전하면서 올라가는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향했다. 이때 그는 차량이 덜컹거리며 무언가를 역과한 느낌을 받아 멈춰섰다. 확인 결과, 출구 좌측 구석에 만취한 남성이 웅크린 채 자고 있던 것이다. 이를 운전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해 주취자의 왼쪽 다리가 뒷바퀴에 밟혔다.

A 씨는 “사고 발생 1분 만에 119구급대에 신고했고 약 7분 뒤 구급대와 지구대 관계자가 도착했다”며 “주취자는 사고 시점에 잠시 고통스러워하다 다시 잠이 들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고 했다. 이어 “구급대 관계자가 현장에서 응급 조치를 하면서 보기에는 골절상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보험사는 손해보험협회에서 발간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의 규정 및 사고 발생 시점이 야간이 아니라는 것을 근거로 주취자의 과실이 40%를 넘기기 힘들다고 전했다. 관할 경찰서도 A 씨에게 대인사고에서는 사람이 차가 있는 곳에 고의로 뛰어들지 않는 한 운전자가 가해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운전자는 사고 후 진행한 실험에서 박스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빌트인 캠(내장형 블랙박스)을 통해서나 확인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문철TV


운전자는 “이런 경우 차량의 과실이 있는가? 과실이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한문철 변호사에 조언을 구했다.

한 변호사는 A 씨에게 사고 발생 지점에 장애물을 놓은 뒤 동일한 상황을 가정해 실험해볼 것을 제안했다. A 씨는 주취자가 누워있던 장소에 커다란 박스를 놓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운전석 높이와 사이드 미러 등의 영향으로 사각지대가 생겨 박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저 주취자가 보였을까? 사고 조사관이라도 못 봤을 것”이라며 “운전자 잘못은 없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운전자 과실이라고 생각하는 조사관들이 많다”며 “법원에서 무죄를 줘야 한다. 답답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이같이 억울한 경우를 대비해 운전자 보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