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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中 반등 기대감… 非미국 증시도 봐야

입력 | 2022-11-29 03:00:00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


최근 12년간 글로벌 증시에서는 미국 증시의 일방적인 우위가 이어져 왔다. 2010년 이후 미국 증시가 243% 오르는 동안 미국 외 선진국(EAFE)은 15% 오르는 데 그쳤고, 신흥국은 오히려 9% 하락했다. 연간 수익률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미국이 미국 외 증시보다 높았던 적이 전체의 77%에 달한다.

미국 증시는 주식시장이 어려웠을 때 더욱 빛났다. 현재 통화 긴축 정책이 이어지고 있고,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도 예상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내년에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다수 국가의 증시는 수익을 낼 동력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미국 증시의 수익은 견조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위기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이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EAFE와 신흥국의 상대적인 약세를 뒤집을 변수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 달러 강세가 약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과 미국 외 증시 간의 수익률 격차와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의 통계적인 관계를 수치화한 상관계수는 57%에 달했다. 그동안은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하락했을 때 미국 외 증시 대비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더욱 높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달러 인덱스의 힘이 빠지며 고점 대비 7% 하락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등 주요 미국 외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어 달러를 사들일 이유가 줄었다.

중국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그동안 미국 외 지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억누르던 원인의 대부분은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과 그로 인한 부동산 경기 부진이었다. 중국 경기가 침체되자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큰 미국 외 지역 기업들의 수출이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달 초부터 방역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고 부동산 추가 부양 정책까지 공식화했다. 이번 방역 완화 정책은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감염 위험 지역을 구분하는 체계를 축소하며 밀접접촉자도 격리하는 방침을 폐지한다. 다른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재개하며 밟은 수순과 비슷하다.

물론 미 연준의 정책 행보를 보면 달러화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 강세와 중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되는 것에 더해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반등한다면 10년 넘게 소외됐던 미국 외 증시도 미국 증시에 어느 정도 ‘키 맞추기’가 가능하다. 당장 주가 상승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장기 전략에서는 미국 외 주식의 비중 확대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