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한국광기술원 책임연구원
“불 좀 끄고 다녀요∼.”
거의 매일 집에서 아내에게 하는 말이다. 아내는 이상하게 다용도실이나 화장실 등을 들어갔다 나올 때 전등을 끄지 않는다. 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매달 관리비 고지서의 전기사용량은 가구 평균보다 10% 이상 높게 나온다. 아내는 매번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나의 잔소리에 “본 사람이 끄면 되잖아요”라고 퉁명스럽게 답하곤 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전기를 아낄 수 있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 중 하나가 조명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냉장고나 TV, 세탁기, 전기밥솥 같은 가전제품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는 것 외에는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성능이 좋고 효율이 높은 신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고장 나기 전까지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전제품 사용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이에 반해 일상생활에서 조명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고 쉽다.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조명은 소등하면 된다. 복도나 화장실 등에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조명이 항상 켜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이 설치돼 있는 공간이나 창가는 햇빛에 의해 공간이 밝다 보니 조명을 켜거나 끄더라도 큰 차이를 못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조명을 끄거나 밝기 조절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조명을 직접 끄거나 밝기 조절을 하는 것이 귀찮은 일로 치부되곤 한다. 이러한 귀찮은 일을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스마트조명제어시스템’ 기술이 개발됐다. 스마트조명제어시스템은 재실감지센서, 광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조명의 켜짐과 꺼짐 및 밝기를 자동으로 적절하게 제어해 에너지 절감을 도와준다. 특히 외부에서 유입되는 햇빛의 광량에 따라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광센서 조광제어시스템의 경우는 조명에너지를 최대 50%까지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조명제어시스템은 기존 형광램프 대비 약 50∼70%(LED 조명 대비 30∼5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이나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실시간 적합한 밝기와 쾌적한 조명 환경을 구현할 수도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 절감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이고 그 기여도가 매우 크다. 스마트조명제어시스템 보급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활동과 지원 정책을 통해 스마트조명제어시스템 보급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유신 한국광기술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