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적 표현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한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관련, 조태용 주미대사는 한국과 미국 간 대북 공조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대사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난주 김여정의 담화에서 드러난 북한의 날 선 반응은 바로 한·미 양국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및 한국 정부를 ‘천치바보들’이라고 맹비난하는 원색적 담화를 내놨다. 김 부부장은 당시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검토 등 조치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 대사는 이어 “북한의 연간 최다 탄도미사일 발사 기록이 지난 2019년 25발이었는데 금년은 벌써 63발째”라고 지적하고, 그 외 재래식 도발을 열거하며 “도발 빈도와 강도 두 가지 측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도발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미 두 나라는 빈틈없는 공조하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발생 즉시 한·미 간 신속한 정보공유와 대응조치에 대해 협의가 이뤄지고, 한·미·일 삼자 간에도 계속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조 대사는 아울러 “최근 일련의 김여정, 최선희 담화에서 볼 수 있듯,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확장억제, 대외 메시지 등을 구실로 삼아 도발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라며 “이는 결코 국제사회에서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 양국 공조를 바탕으로 “최근 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7개국(G7)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여러 다자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분명한 대북 규탄 메시지가 발신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조 대사는 이와 관련, “한·미는 북한이 핵·미사일 자금 조달을 위해 사이버 공간에서 자행하는 여러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 불법 사이버 활동에 초점을 둔 협의체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의 사이버 활동과 관련해 다양한 제재 등 조치가 이뤄졌는데, 이 역시 한·미 간 공조가 바탕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관련해서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서도 계속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수익을 줄이고 비용을 늘리려는 국제 공조도 꾸준히 이뤄지는 상황이다.
조 대사는 이날 “도발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실질적 협의 또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지난 9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와 이달 초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도 언급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한이 결심만 하면 바로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유지 중이다. 다만 북한 핵실험의 경우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중국 쪽과 정상급은 물론 장관급, 본부장, 북핵수석대표 등 각급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활발한 의견 교환을 진행 중이다. 오히려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미·중보다 한·중 간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다는 평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ICBM 시험발사장에 이어 최근 관련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 딸을 대동하고 나온 바 있다. 이에 연이어 딸의 모습을 대중에 공개하는 데 대한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백두혈통’ 정권 유지를 의미하는 상징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우리 정부는 딸 동행 자체보다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초점을 두고 한·미 및 국제사회의 대응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딸 공개석상 등장 관련 질문에 “나는 김정은의 양육 기술에 관해서는 말할 수가 없다”라며 직접적인 평가를 아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김정은은 언제건 핵실험을 할 수 있다”라며 “그 남자(김정은)는 역내를 계속 불안정하게 하는 군사 역량을 증진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미 대북 공조와 관련,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하원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면서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 및 한반도 문제를 두고 미국 의회 내에 초당적 지지 기반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1월 미국 의회 새 회기가 시작되더라도 현재 대북 정책의 근간은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나 한반도 문제보다는 중국 문제, 또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문제가 향후 미국 의회에서 주목될 전망이다.
조 대사는 이날 올해 들어 한국과 미국 정상이 5월 서울, 6월 스페인 마드리드, 9월 뉴욕을 비롯해 이달 프놈펜에서 총 4차례 만났다며 “북한 문제, 확장억제는 물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포함한 경제안보 등 현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라고 평가했다.
또 IRA와 관련해 지난 9월 미국 상원에서 래피얼 워녹 민주당 의원이, 이달 테리 스웰 하원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미국 의회 상·하원 모두에서 개정안이 제출된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국내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양당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의채널뿐만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과의 협의도 강화하며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미대사관을 매개로 한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일본 등 여러 이해당사국이 정례적으로 모임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6차례 정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필요하면 공동 행동이나 조율된 조치를 할 가능성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프랑스 측은 미·프랑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 간 회담을 통해 IRA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IRA가 우리 기업에 피해를 주는 요소뿐만 아니라 기회를 주는 요소도 있다는 인식하에 포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유지 중이다. 다만 미국 정부와 교섭할 때에는 피해 부분에 주로 초점을 두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상황이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