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성형외과’의 시초 풀어낸 마동석표 코믹 영화 ‘압꾸정’
30일 개봉하는 영화 ‘압꾸정’에서 주인공 ‘강대국’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이 자신이 살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앞에 서서 부동산 주인과 통화하는 장면. 쇼박스 제공
눈만 돌리면 성형외과 간판이 포착된다. 길을 걸으면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여성들과 성형외과 건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성형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풍경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압꾸정’은 성형의 대명사가 된 압구정동의 역사를 짚는다. ‘비포 앤 애프터’ 마케팅의 시초, 성형외과 원장 타이틀 쟁탈전, 성형외과 상담실장의 등장, 원가 6000원 짜리 국산 필러가 수십 만 원을 호가하는 독일제 필러로 둔갑하는 과정, VIP만 받는 은밀한 성형외과와 그 곳에서 횡행하는 ‘우유주사’(프로포폴)까지 ‘K뷰티’의 시작과, 그 뒤에 숨겨진 거래와 음모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영화 ‘압꾸정’ 등장인물.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사업가 ‘조태천’ 역의 최병모, 상담실장 ‘오미정’ 역의 오나라, 실력있는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 역의 정경호, 본능과 ‘말빨’이 무기인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 역의 마동석(왼쪽부터). 쇼박스 제공
압구정동 성형 역사의 출발점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는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과, 업계 최고의 손놀림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가 있다. 두 사람은 중국자본을 등에 업고 압구정동의 ‘큰 손’ 사업가가 된 ‘조태천’(최병모)의 힘을 빌려 압구정동 한복판에 15층 규모의 성형외과를 세우고 돈을 쓸어 모은다. 영화 제작에는 ‘범죄도시’ 1, 2편 제작사인 빅펀치픽쳐스와, 홍필름이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영화 ‘압꾸정’ 주연배우들이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28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마동석, 정경호, 감독 임진순, 오나라, 최병모. 쇼박스 제공
‘범죄도시2‘에서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1269만 관객을 모으는데 기여한 마동석은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내가 네 시어머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 “변호사라니까 무슨 벼농사에요?”와 같은 말장난, 조태천의 자금줄인 중국 사업가 ‘왕회장’을 ‘왕서방’이라 부르는 어이없는 실수는 관객들을 빵 터지게 만든다. 강대국이 자주 하는 “뭔 말인지 알지?”는 마동석의 실제 말버릇이다. 교양과 격식을 갖춘 사업가가 아닌, ‘말빨’과 본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강대국은 상대에게 확신을 줘야 하는 순간 “뭔 말인지 알지? 형이야”라며 능청스럽게 위기를 모면해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공하기 위해 (압구정)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사람들을 많이 관찰했다”며 “강대국의 모델이 된 한 분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말하고, ‘텐션‘이 굉장히 높았다. 압구정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 발버둥치는 모습들을 캐릭터에 녹였다”고 말했다.
영화 ‘압꾸정’에서 성형외과 상담실장 ‘오미정’ 역을 맡은 배우 오나라. 변화무쌍한 성격과 화려한 입담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원색 위주의 화려한 의상을 선택했다. 쇼박스 제공
패션은 압구정동과 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만큼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조폭과 형사를 주로 연기해 어두운 색 정장을 자주 입었던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화려한 패턴의 실크 셔츠, 분홍색 선글라스에 베레모를 쓰고 등장한다. 제작진은 마동석을 위해 맞춤형 실크 셔츠를 50벌 이상 만들었다. 정경호는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역에 어울리도록 톰브라운 등 2000년대 후반 유행하던 럭셔리 브랜드를 20여 벌 활용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오미정 역을 맡은 배우 오나라도 핑크색, 주황색 등 원색 의상을 선보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