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교원대학부속 모란봉구역 개선유치원의 어린이들. 2022.11.10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주민들에게 한국식·외국식 이름을 ‘혁명적’인 이름으로 고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복수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최근 이름을 정치적으로 고려해 지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요즘 당국이 주민들에게 ‘사상성’이 없는 이름을 사법기관에 찾아가 바꾸라고 지시했다”며 “개인의 이름을 국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바꾸라고 강제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북한에서 ‘충성’과 ‘일심단결’의 의미를 담아 ‘일심’ ‘충심’ ‘충성’ ‘총폭탄’ ‘결사옹위’에서 따온 ‘총일’ ‘폭일’ ‘탄일’ ‘위성’ 등의 이름을 많이 썼다. 2000년대부터는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자주 접하면서 ‘아리’ ‘소라’ ‘수미’ ‘가희’ 등 희망적이고 부르기 쉬운 이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이렇게 받침 없이 단순하게 지은 이름은 반 사회주의적이며 사대주의적이라며 이른 시일에 이름을 고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자식들 이름조차 마음대로 짓지 못하게 하는 당국의 지시에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이 ‘시대의 요구대로 이름을 지으라고 강요하는데, 그러면 굶주리고 억압받는 현시대를 반영해 아이들의 이름을 지으라는 것이냐’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당국이 정치적 고려 없이 지은 이름에 벌금을 물리겠다며 당장 고치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반사회주의식 이름을 즉시 바꾸라는 사법당국의 지시는 지난 10월부터 매번 주민회의 때마다 강조되고 있다”며 “퇴폐적인 서양문화, 양키문화의 복사판인 괴뢰(남한)식 말투를 쓰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멀쩡한 이름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계속해서 하달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