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인한 건설현장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912개 건설현장 가운데 56%에 달하는 508개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시멘트 출고량도 평소 대비 10%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물류 마비 상태에 들어갔다.
서울 도심 사업장들도 레미콘 수급이 막히면서 골조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둔촌주공은 다음달 5일부터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분양은 예정대로 이뤄지지만 파업이 장기화돼 골조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준공·입주 시점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골조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다른 사업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을 못 받아 공사가 멈췄거나 곧 멈출 현장이 많다”며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골조공사 이뤄지는 사업장은 공사가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혹한기에는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그 전까지 서둘러야 하는데 혹한기를 앞두고 공사가 늦어지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시멘트 업체들 역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한 시멘트 업계 누적 피해액은 64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8일 전체 시멘트 출하량은 2만2000t으로 성수기 하루 20만t의 11% 수준에 그쳤다.
주요 레미콘업체들도 비축해 놨던 시멘트 재고가 바닥 나면서 전날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역 거점 중소 레미콘업체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들도 초비상이다. 휘발유와 경유 재고가 바닥 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주유소에서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해 군 탱크로리 등을 활용해 긴급 수송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는 시멘트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명령이 내려지면 운송사업자·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 받은 운송기사가 24시간 이내에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정지와 면허취소까지 될 수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2004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다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다른 분야 추가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화물연대의 불법적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다른 분야 추가적인 조치에 관해서는 판단이 설 때 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