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내 배터리 공급 추진 세부 협력 방식·규모 등 추후 논의 업계 “당초 조인트벤처 추진 협약” “SK온 배터리 수율 문제 영향” 분석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왼쪽)과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이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SK온과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 나선다.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다만 세부적인 협력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특히 이번 협약에는 대규모 배터리 공급을 위해 합작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었지만 관련 내용이 모두 빠졌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생산하는 배터리 제품 수율 문제가 논의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29일 서울 종로구 소재 SK그룹 본사(SK서린빌딩)에서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과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이후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서 SK온이 생산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공급 물량과 협력 형태, 공급 시점 등 구체적인 사안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은 “이번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미 자동차 시장 전동화 과정에서 SK온과 현대차그룹이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MOU는 당초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생산 합작공장(조인트벤처, JV) 설립을 위한 제휴로 추진됐다. 배터리 30GWh는 약 500km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약 40만대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업무협약 체결이 임박한 시점에 제휴 방식과 사업 규모 등 세부 내용을 발표하지 않기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 수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발표 내용 변경에는 의문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발표 내용이 변경된 주요 요인으로 SK온 배터리 수율 문제를 꼽았다. 배터리 제품 수율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세부적인 협력 내용은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 가동한 공장은 직원 숙련도가 낮아 전반적인 수율이 낮게 나올 수 있다”며 “다른 업체보다 늦게 가동한 공장은 먼저 가동에 들어간 공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