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銀 정기예금 4%대 14년만에 5%대 출시 2주새 하락 당국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영향 “예금자만 손해”… 은행들도 “답답”
직장인 김모 씨(33) 씨는 최근 제2금융권에 넣어둔 목돈을 주거래은행 정기예금으로 옮기려다 포기했다. 2주 전만 해도 연 5%를 넘었던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4%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는 뛰는데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오히려 떨어졌다”며 “금융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연 5.10%)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연 5.0%)만 5%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NH올원e예금은 기본 금리 4.80%에 특별우대금리 0.3%포인트를 더하는 구조로 변경돼 언제든 우대금리를 중단할 수 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이처럼 역주행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수신 금리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연이어 당부한 영향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예금 등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이 고금리 예금으로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만 제한할 경우 예금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재테크 사이트 등에는 “왜 예금하려는 사람들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예금으로 자금 확충이 어려워진 시중은행들도 답답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등 자금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조달할 곳은 마땅치 않다”며 “은행채 발행마저 제한돼 지금 당장은 괜찮더라도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