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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정은]바이든, SK 美 공장 방문

입력 | 2022-11-30 03:00:00


요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업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혹은 ‘미국에서 만드는 미래’ 같은 글귀가 카메라에 잡힌다. 제너럴모터스와 지멘스, IBM 등의 생산 현장이 모두 그랬다.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뒤로 이 글귀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어김없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메릴랜드주 볼보자동차 공장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두 번 연속 외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에 있는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첨단기술 기업의 생산 시설을 돌아다니며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일자리 창출 성과를 강조해온 행보의 연장선상이다. 그렇다 해도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공장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일정은 참모들의 아침 브리핑만 빼면 SK실트론CSS 방문 및 비행기 이동으로 하루가 채워졌다. 짧게는 10분 단위로 짜여지는 빡빡한 대통령 스케줄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 투자다.

▷미시간주는 한때 활발했던 자동차, 철강 산업이 쇠락해 버린 ‘러스트 벨트’ 중의 하나다. 주요 선거 때마다 격전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런 최대 경합지의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는 공화당 후보를 두 자릿수 차이로 누르며 재선에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극적인 승리를 가져다준 미시간주를 찾아 격려하고픈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녹슬었던 지역을 미래의 첨단 산업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반도체 공장은 최적의 연설 장소다.

▷SK가 공들여 높여온 백악관 내 인지도는 이번 방문 성사의 또 다른 배경이었다고 한다. SK그룹이 현재까지 밝힌 대미 투자 규모는 520억 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SK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 회장들에게 공개적으로 “생큐”를 연발했고, 특히 최태원 회장에게는 영어 이름인 “토니”라고 부르면서 수차례 친근감을 표시해 왔다.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맞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방문한 곳이 SK실트론CSS 공장이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21세기의 쌀’이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을 다지는 바탕이 될 것이다. 점점 빡빡해지는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와 투자 제한 속에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숨 쉴 여지가 생길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제조업 시설을 빨아들이는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동시에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협력의 최적점을 찾는 숙제가 남았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