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프놈펜=뉴시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18일 북한은 마침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험 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고 천명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김정은이 딸과 손잡고 거대한 로켓을 시찰하는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신형 ICBM이 북한 체제 유지를 다음 세대까지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화성-17형 시험 발사가 지난달 31일부터 실시된 한미 공군 대규모 군사훈련 ‘비질런트 스톰’과 이달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을 명확히 의식하고 그에 맞서 실행됐다는 점이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시험 발사가 한미의 대응 조치를 초래했고 그것은 다시 북측 도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의도적인 에스컬레이션(긴장 고조)와 다름없다.
예컨대 화성-17형 시험 발사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한미일 정상회담에 관한 담화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동맹국 확장 억지력(핵우산)이 강화되는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이 확장 억지에 집착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비난한 한미일 3국 정상외교는 어떻게 진전됐을까.
13일 프놈펜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외교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우선 미일 및 한미 양국 간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뒤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을 중심으로 3국 간 안보 분야 연계를 확인한 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순서였다.
한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북한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예상되는 핵실험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핵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능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그것은 “강화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 미사일 경계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세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학한 침략 전쟁에 강력히 반대했을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해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 또 대만에 관한 기본적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대만해협 평화 및 안정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재확인했다.
그러나 프놈펜 만남은 정식 정상회담이었다. 그뿐 아니라 일본 외무성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ICBM 시험 발사를 반복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포함한 지역 억지력 강화, 안보리 추가 대응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또 옛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데 재차 의견을 모았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측은 민관협의회 논의를 통해 몇 가지 해법을 모색해 왔다. 그 과정에서는 기존 재단을 이용하는 ‘병존(竝存)적 채무 인수’ 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방법으로든 원고와 피고 사이의 ‘민간 화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정치 지도자 몫이다. 북한 핵실험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