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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풍자에 21세기 섞어… 관객 박장대소 목표”

입력 | 2022-11-30 03:00:00

연극 ‘스카팽’ 연출 임도완
“희극작가 몰리에르 알리고 싶어
현대 언어로 원작속 코미디 살려”



2019년부터 연극 ‘스카팽’을 연출해온 임도완은 “정치 풍자를 많이 넣었는데 젊은 관객들은 잘 웃지 않아서 놀랐다.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올해 탄생 4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출신 세계적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 연극계에선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할 만큼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다. 그가 남긴 여러 작품 중에서도 1671년 발표한 ‘스카팽의 간계’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등장하는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 스카팽과 주변 인물을 통해 상류층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하는 희극이다.

한국에선 국립극단이 2019년 연극 ‘스카팽’을 초연했다. 당시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각색과 독특한 마임이 돋보이는 연출로 호평을 받으며 제56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관객 요청으로 2020년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지금은 명실상부한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다음 달 25일까지 공연되는 ‘스카팽’의 임도완 연출가(63)를 공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최근 만났다. 초연부터 연출을 맡아온 그는 “주로 상류층을 풍자하는 글을 썼던 몰리에르는 서양을 대표하는 희극 작가다. 오래전부터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서민들의 오락거리가 돼 왔다”고 했다.

임도완의 ‘스카팽’은 독특하다. 막이 오르면 몰리에르(성원)가 무대 위에 오른다. 원작 ‘스카팽의 간계’에는 없는 인물이다. 몰리에르가 자신과 작품을 소개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몰리에르가 셰익스피어처럼 유명하지 않다. 몰리에르를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재벌인 아르강트(문예주 이혜미)와 제롱트(김명기)가 자녀의 정략결혼을 결정하고 여행을 떠난 사이, 그들의 자녀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다. 자녀들은 제롱트의 하인 스카팽(이중현)에게 도움을 청하고, 약간의 사심을 담은 스카팽의 작전이 시작되며 웃음을 유발한다.

임도완의 ‘스카팽’은 동시대적 감각이 담겼다. 대사나 상황에 최근 이슈나 유행어를 넣는 방식으로 대폭 각색했다. 지난 공연 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반일감정에서 비롯된 유니클로 불매 운동을, 이번 공연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논문 표절을 넣었다. 그는 “몰리에르가 살았던 17세기 프랑스 사회에 대한 풍자를 그대로 가져와선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와 이슈를 섞어야 (원작이 의도한) 코미디가 살아나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연극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2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내내 관객들을 쉼 없이 웃기는 ‘스카팽’. 예순을 넘긴 연출가의 목표도 오직 ‘관객의 박장대소’다.

“어떤 관객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원래 울어야 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웃었다’고요. 가뜩이나 사회도 경제도 안 좋은데 공연 보는 시간만이라도 관객들이 유쾌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3만∼6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