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 정부-화물연대, 강대강 대치 화물연대, 유엔-ILO에 개입 요청… 오늘 2차교섭도 평행선 달릴 듯 과거 의료거부때 3차례 업무명령
정부가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소속 시멘트 운송 기사 등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건 불법 파업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화물연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에 강력 반발하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밝혔지만, 정부는 과거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점을 들어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정부는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의료 반대), 2020년(전공의 파업) 등 세 차례 ‘집단 의료거부 행위’ 때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엔 의료법에 따른 것이었고, 이번엔 화물차 운수사업법에 근거했다.
○ 국토부, 현장 조사 즉각 착수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76개 조사팀을 꾸려 전국 시멘트 운송사 201곳의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이 각각 1명씩 ‘3인 1조’를 이뤄 운송사를 방문해 화물차 기사 주소 등의 자료 확보에 나섰다.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이 개시된 29일 서울 시내 한 기업에 국토부 조사관이 운송거부자 확인을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22. 11. 29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당장 효력 발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 기사나 가족 등이 명령서를 직접 받아야 한다. 실제 이날 시멘트 화물차 기사들의 현장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대상자 신상정보 파악부터 송달 시간까지 고려할 때 다음 달 1, 2일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가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우편물을 수령하지 않는 등 ‘우편 송달의 고의적 회피’를 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피하려 휴대전화를 꺼놓는 ‘블랙아웃’으로 맞섰다. ‘부재’로 송달이 계속 거부되면 관보 공고 등 공시 송달할 수도 있다. 공시 송달은 14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긴급한 경우 하루만 지나도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라는 개념도 모호해 추후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 화물연대 “총파업 강행” 반발
화물연대 삭발하며 반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지도부가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DC) 제2터미널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계엄령과 준하는 명령”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의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업무개시명령은 말 그대로 명령이다. 수용할 수 있고, 안 할 수 있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파업에 대응할 계획이다. 경찰은 형사와 수사관 1559명을 불법 파업 수사에 투입하고 항만 등에 경비 기동대 63개 중대를 배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도 준비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유(탱크로리), 철강 순으로 업무개시명령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 30일 2차 교섭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