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검은 돌풍’을 이끌었던 파파 부바 디오프의 기운이 전해진 것일까. 그의 등번호를 완장에 새기고 나선 세네갈의 ‘캡틴’ 칼리두 쿨리발리(첼시)가 결승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치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 20년 만에 다시 밟는 토너먼트 무대다.
세네갈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후반 25분 결승골을 넣은 쿨리발리는 이날 자신의 완장에 ‘19번’을 새기고 경기에 나섰다.
19번은 세네갈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다 2020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파파 부바 디오프의 등번호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격침시켰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세네갈은 승승장구, 처음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8강까지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후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야 두 번째 월드컵 본선에 나섰던 세네갈은 1승1무1패를 기록하고 일본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까지 같았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옐로카드 숫자)에서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했다.
세네갈은 이날 경기 전까지 1승1패를 기록해 16강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0년 전 영웅의 등번호를 새긴 쿨리발리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영광을 재현했다.
알리우 시세 세네갈 대표팀 감독도 2002년의 영웅들을 언급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오늘 승리를 브루노 메추, 파파 부바 디오프, 사디오 마네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프랑스 출신의 메추 감독은 한일 월드컵 당시 세네갈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로, 지난 2013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시세 감독이 언급한 세 명 중 마네는 유일하게 2002 월드컵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마네는 세네갈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한편 20년만의 감격을 누린 세네갈은 다음달 5일 B조 1위 잉글랜드와 16강전에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