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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정기감독→노사 자율 ‘위험성평가’로 개편…내년부터 300인 이상 의무화

입력 | 2022-11-30 10:06:00

ⓒ News1 DB


윤석열 정부가 30일 오는 202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처벌·감독 중심의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벗어나 안전주체들의 책임에 기반한 ‘자기 규율’·‘예방 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쪽에 정책 주안점을 뒀다.

산업안전감독당국의 정기감독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위험성평가’로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또는 벌칙을 주는 근거조항을 신설한다. 반대로 위험성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 자료에 적시해 향후 재판과정에서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자율 역량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4대 전략, 14개 핵심과제로 구성했다.

4대 전략은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및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로 설정했다.


◇노·사 자율 안전보건 역량 향상 위한 ‘위험성평가’ 전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방향. 고용부 제공

정부는 처벌·감독 중심에 맞춰진 현행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보건 의식에 대한 노·사 자율 역량을 키우는 쪽에 주안점을 둔 정책대안을 내놨다. 산업안전감독당국인 고용부의 획일적인 정기감독을 지양하고, 노?사 스스로의 ‘위험성평가 점검’을 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다. 정부는 그동안의 안전보건감독 시스템이 공(公)적 부분에서 일률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형식적으로만 운영돼 왔다는데 이 같은 개선안을 내놨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인 대기업부터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한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업종·규모에 따라 2024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확대해 가기로 했다. 2024년 ‘50~299인’, 2025년 ‘5~49인’으로 확대·적용한다.

‘위험성평가’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부적정하게 실시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또는 벌칙을 부과하는 관련법 조항을 신설한다.

다만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음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 자료에 적시함으로써 재판과정 시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인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끌어내기 일종의 당근책이다.

정부는 인력·규모 면에서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등이 쉽고 편리하게 ‘위험성평가’를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체크리스트, OPS(One Point Sheet) 방식 등 다양한 평가 기법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위험성평가’ 중심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공적 부분의 정기감독 방향도 이를 위한 예방중심에 맞춘다. 산업안전보건당국인 고용부는 기존 정기감독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하고, 대상 선정에 있어서는 산재통계(보상) 분석 등을 통해 고위험 기업을 자동 선정한다.

자칫 기업 자율에 맡겨 느슨해 질 수 있는 안전보건 경각심 제고를 위해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철저한 원인규명에 대한 수사를 통해 엄중 처벌·제재한다는 구상이다.

◇‘노동계 반발’ 중대법 개정은 다음으로…내년 상반기 TF 구성해 더 논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방향. 고용부 제공

가장 관심을 끌었던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등에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뒤로 밀렸다. 다만 중대재해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정비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TF’를 내년 상반기 중 구성, 개선안을 논의·마련키로 했다.

TF 내에는 전문가·안전보건공단·노사 등이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규칙 정비 자문회의’도 별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와 범위의 확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 9호에는 ‘경영책임자 등’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통상 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음 단락이다.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법 규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막기 위해 이 부분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중대재해법 개정 의도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면피’를 꾀하는 것으로, 법 취지를 무력화할 것이라는데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집중 지원·관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28 뉴스1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가 80.9%를 차지한다는데, 정부는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관리에 나선다.

특히 소규모기업(50인 미만)이 집적된 주요 산업단지에 공동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운영, 추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화학물 폭발 사고가 빈번한 여수·울산 노후산단에는 ‘화학 안전보건 종합센터’도 신설·운영한다. 센터는 산단 내 종합 안전진단, 교육, 예방활동을 수행한다.

오는 2024년부터는 현행 위험성평가 인정제도 개편해 소규모기업의 안전수준 확인·향상을 위한 인증제도 신설할 예정이다.

또 추락사가 빈번한 건설업의 경우 스마트 안전기술·장비 지원을 통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선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AI 카메라, 자동 위험알리 등을 통해 불안전한 작업환경을 모니터링 함으로써 위험상황에 신속 대응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확산해 나간다.

이 외에도 내년 중 현행 산안법령 체계 내 원?하청 기업 간 역할?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원·하청 간 안전관리 역할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법파견 등의 관행을 근절한다.

◇‘현장 중심형’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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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재해예방기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양질의 종합 기술지도?컨설팅을 제공하는 ‘안전보건 종합 컨설팅기관’을 육성하고, 위험성평가 컨설팅 실적 및 중대재해 감축 성과 위주로 평가체계도 개편한다. 평가결과에 따라서는 우수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안전관리감독 전문기관인 안전보건공단의 중소기업 지원 기능도 강화한다.

고단의 중소기업 지원기능을 기술지도?재정지원 등까지 확대?개편하고, 위험성평가제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중대재해 상황 발생 시에는 신속한 상황공유와 정보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가칭)산업안전비서 챗봇 시스템 및 도로 교통사고 전광판을 통한 속보 전파 시스템을 구축한다.

산재 보고, 지원사업 신청·확인, 산재예방 정보(법령·지침)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종합포털인 (가칭)산재예방 365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중앙-지역 간 협업 거버넌스 구축의 하나로 지자체가 지역 여건별 자체 예방사업을 추진할 경우,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이 같은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에방체계 구축·지원을 위해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 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이행 TF’를 신설한다. TF는 로드맵 이행 관리를 전담·총괄한다. 고용부는 장관 주재로 반기별로 과제별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 이행상황을 모니터링 한다.

현행 법령체계, 예산 범위 내에서 즉시 이행이 가능한 과제는 내년부터 신속히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법령 개정 및 예산 수반 과제는 연차별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 정기적인 이행 점검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착수할 예정이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