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9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참사 당시 이태원 골목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김모 씨와 그의 아내는 팔에 피멍이 들고 메스꺼움 증상을 느껴 이틀 뒤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의사 A 씨에게 다친 부위를 보여주며 부상 경위를 설명했다. 그런데 A 씨가 다짜고짜 김 씨에게 “이태원을 왜 갔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A 씨는 “그 사람들(참사 희생자들)을 왜 애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원금에 내 세금이 들어가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도 했다.
김 씨는 “처음엔 참사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멍하니 듣고 있었다”며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진료를 보러 온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진료를 거부하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이태원 참사 부상자라서 이렇게 아파요’라고 얘기하기 눈치 보인다”며 “이태원 갔다는 얘기를 못 하겠다. 병원에서 ‘얘도 우리 세금 떼먹는 사람이네’ 생각할까 봐 (치료비 지원) 서류를 함부로 못 내밀겠다”고 토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뉴스1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지난달 3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압도적인 사고를 경험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비난을 하게 된다”며 “주변인들이 다 같이 격려해도 부족할 판에 ‘그러게 거길 왜 갔느냐’는 식의 비난은 이 마음을 더욱 키우기 때문에 자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