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최초 발생 추정 시간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 이후 현장에서 다수의 119신고가 접수됐는데, 신고자들 가운데서도 2명이 사망한 것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결과 드러났다.
30일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참사 당일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오후 10시15분부터 다음 날 0시56분까지 총 87건(‘신고 후 무응답’ 건수 제외)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10시20분께 한 신고자는 “다 보이진 않는데 열 명 정도 깔린 것 같아요”라며 이미 압사가 발생했음을 알렸다. 10시21분께에도 비명소리와 함께 “여기 사람 깔렸어요 사람”이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 이후로도 “저희 지금 언덕으로 내려가면 다 살 수 있거든요…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와 같은 위급한 내용의 신고가 쏟아졌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10시15분 이후에 계속적으로 사망자를 줄이거나 부상자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등의 구조활동이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인명피해가 이처럼 커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취지다.
김 대변인은 “당시 현장 출동 후에 현장책임자들이 목격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 등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소방당국을 상대로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실제 운영하지 않고도 운영한 것처럼 관련 문서를 허위로 꾸몄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특수본은 또 참사 발생 1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1시께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국회 증언과 달리, 발생 20여분 만에 상황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이 전 서장은 또 오후 10시32분께 송모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서장은 송 실장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특수본은 무전내용만 봐도 이 전 서장이 현장의 급박성을 훨씬 더 이전에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간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당시 수행직원, 무전 전후 통화 상대방에 대한 조사를 통해 수사를 이어왔다.
특수본은 이번 주 중으로 이 전 서장을 포함해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부터 용산구청 부구청장, 지하철 이태원역장 등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특수본은 인력 152명 가운데 변사처리 등 임무가 종료된 인력 31명을 복귀시켜 121명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