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굿바이 페스티벌’을 하며 이촌축구장 시대의 막을 내린 차범근 축구교실. 서울시로부터 3년마다 입찰을 통해 사용권을 얻는 방식으로 이촌축구장을 25년 동안 사용해온 차범근 축구교실은 올해 입찰에서 새 경쟁자에게 밀려 지난달 이곳을 떠났다. 내년 1월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풋살장에서의 정식 재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동아일보 DB
서울시는 23일 이촌 한강공원 축구교육장 사용·수익허가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누리집에 게시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이 1997년부터 지난달까지 25년여 동안 사용하던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이촌축구장이다.
앞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3년 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 이곳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해왔다. 그동안 경쟁자가 없어 단독 입찰을 통해 3년마다 사용권을 갱신하는 형식으로 25년 동안 이촌축구장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 입찰에서 새 입찰자가 등장해 더 높은 금액으로 입찰해 차범근 축구교실은 이촌축구장에 대한 사용권을 못 얻었다. 지난달 9일 ‘굿바이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한 뒤 이촌축구장을 떠났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도움으로 정 회장이 운영하는 HDC그룹 본사 건물인 용산 아이파크몰 내 풋살장으로 터전을 옮겨 내년 1월 정식으로 다시 문을 열 계획이었다.
차범근 축구교실로서는 입장이 조금 난감해졌다. 올해 이촌축구장에 대한 사용권 획득에 실패할 당시 차범근 이사장은 수십 년 동안 운영해올 축구교실을 접을 생각도 잠시나마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잠깐의 고민 끝에 차 이사장은 운영을 지속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9일 차 이사장은 “내가 축구교실을 그만 두려고 결정한다고 없어질 축구교실이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 활동할 당시 일본에 갔다가 일본이 ‘타도 30년’을 외치며 한국을 못 따라오게 하겠다고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뒤 축구교실을 만들었던 초심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영원한 마음의 운동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정 회장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이촌축구장과 멀지 않은 아이파크몰에서의 재출발을 앞두고 있던 터였다.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현대가’의 지원이 중단되지 않는 한 3년 마다 가슴을 졸여야 할 일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차범근 축구교실의 역사에서 이촌축구장이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1988년 국내 최초 유소년 축구 전문공간으로 문을 연 차범근 축구교실은 1997년부터 이촌축구장에 터를 잡아 지난달까지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했다. 이촌축구장이 차범근 축구교실의 대명사가 된지도 오래다. 차범근 축구교실 관계자는 “아이파크몰 풋살장이 주중, 주말 일부 시간에 장소를 대관하는 형식이라 사용상의 제약은 따른다. 이촌축구장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시설 사용이 가능해 수업 이외에도 축구교실 차원의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차범근 축구교실이 이촌축구장 입찰을 고민을 하는 이유는 △지난 입찰 당시 낙찰자 외에 제3의 입찰자가 있었다는 점 △3년 뒤 또 다시 새 터전을 찾아나서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을 꼽는다. 사업 수익성 악화도 이촌축구장을 주저하게 하는 숨은 요인이다. 차범근 축구교실 관계자는 “이촌축구장이 서울시 시설이라 공공시설 이용료를 50% 감면하는 다둥이카드 혜택 등이 적용되고 있었다. 이용료 감면에 따른 시의 지원은 없다. 이런 연유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꺾여 원생이 늘은 올해를 제외하고 매년 적자경영을 이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