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의 이자부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이익의 감소로 기업의 이자 지급 여력은 크게 떨어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30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기별 이자비용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이자비용은 총 6조154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3321억 원) 대비 42.1% 증가했다.
올 3분기 이자비용이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7223억 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2399억 원), 삼성전자(2165억 원), 포스코홀딩스(1716억 원), 현대자동차(1489억 원), SK하이닉스(1487억 원), 한국수력원자력(1435억 원) 등 이자비용으로만 1000억 원 이상을 부담한 기업이 모두 13곳이었다.
이자비용이 증가한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올 3분기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34조733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9.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5.6배로 1년 전(11.4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 아래로 떨어지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지난해 3분기 35곳에서 올 3분기 40곳으로 5곳 늘었다. 이번에 새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은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시스템, SKC, 대한전선, 태영건설 등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한계기업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인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수는 3572곳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대출금리와 영업비용이 증가할 경우 한계기업이 지난해 대비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월 전체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5.27%로 2013년 2월(5.03%) 이후 9년 8개월 만에 5%를 넘어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대출에 따른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