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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다수 흔드는 ‘왝더독 현상’… “무분별한 불법·시위 자제를”

입력 | 2022-11-30 17:31:00

제3자·시민 불편 볼모로 한 민폐 행위 지적
전장연, 의사소통 어려운 중증장애인 동원
장애인 부모회 “장애인 팔지 말라” 맞불
은마 재건축추진위 시위, 입주민도 비판↑
5% 비중 화물연대 노조원, 비노조원에 쇠구슬
여론조사 73.4% “과격한 방식 반대” 의견




뉴시스

최근 국내에서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이 전체의 의사로 포장돼 무분별한 시위와 선동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왝더독 현상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더욱 증가 추세다. 협상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불법적인 집회와 시위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올해 1~8월 기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한 폭력 시위 적발 건수가 총 25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4년간 평균치인 246건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5년 내 최대치 기록(2021년 297건, 549명 검거)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면서 출근길 시민들의 원성을 자아냈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했다. 시민 불편을 유발해 사회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을 엿볼 수 있는 시위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장연의 시위가 전체 장애인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이 지난 10월 중증장애인들을 보호시설에서 내보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전장연에 맞서 개최한 맞불 집회가 이를 대변한다.

 장애인 부모들은 전장연 시위가 예산 확보 목적이 아니냐는 의문 제기와 함께 장애인 본인 또는 가족 동의 없이 중증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날 경우 가족들의 삶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장연은 시위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50대 중증장애인을 동원하고 몇 시간 동안 방치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동아일보DB

국책사업인 광역급행철도 C노선(GTX-C노선) 공사에 대한 변경 요구와 막무가내식 시위에 나서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일부 인원들의 행동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노선 변경 협의 주체인 정부 부처나 건설사가 아닌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인근 시민을 볼모로 한 시위에 참여하는 은마아파트 주민은 최대 370 여명으로 전체 4424가구 2만여 입주민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친 시위 방식에 또 다른 은마아파트 주민협의체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등 단지 내부에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추진위 측 인원이 이달 초 아파트 외벽에 내걸었던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는 문구 현수막은 내부 주민들조차 도를 넘었다며 비판했고 결국 두 시간 만에 철거된 바 있다.

 산업계에서도 불법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일부 노조원 120명은 지난 6월 조선소 내 도크를 점거하고 불법 파업을 벌였다. 이들이 주장한 ‘임금 30% 및 상여금 300% 인상’은 나머지 98%를 차지하는 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이미 찬성한 4.5~7.5% 인상과 괴리가 상당히 컸다.

 결국 이들의 주장으로 비롯된 불법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8000여억 원 규모 피해를 입었다. 지난 10년간 7조 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6278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파업 장기화로 조선소 직원들은 50일 넘게 월급을 받지 못했다. 거제지역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뉴시스

최근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을 거부하고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역시 유사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전국 44만여 화물차 차주 중 화물연대에 가입한 규모는 2만2000명 수준이다. 가입률은 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파업 불참을 이유로 운행 중인 비노조원 화물차를 향해 쇠구슬을 쏘거나 운행을 가로막고 욕설을 하는 등 노골적인 실력 행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시위는 이슈와 무관한 제3자나 일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도 괴리가 크다.

 작년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 대상, 1:1 전화면접조사, 유선 21%, 무선 79%)에 따르면 응답자 중 73.4%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과격한 시위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가 다수의 뜻을 왜곡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해 관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