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기자·관광경영학 박사·한식양식중식조리기능사
이장우 대전시장은 역대 대전시장 중 ‘축제’라는 말을 가장 많이 꺼내는 시장이다. 그는 최근 5개 구청이 ‘경쟁력 있는 축제를 만든다’면 각각 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대전에서 열리는 10개 축제에 연간 고작 1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무려 15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28일 간부 회의에서는 내년 대덕특구(대덕연구단지) 조성 50주년, 대전 엑스포 개최 30주년을 맞아 과학도시 위상에 맞는 과학축제를 주문했다.
앞서 지난 6·1지방선거 후보 시절에는 자신이 대전 동구청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대전역과 열차·철도 등을 소재로 열었던 ‘대전 0시 축제’의 부활을 약속했다. 딱 한 번 열린 뒤 구청장 교체로 사라진 축제를 시장으로 당선된 뒤 내년 8월 재개를 목표로 29억 원의 예산까지 편성했다.
대전시청을 출입한 지 32년 된 기자로서 이처럼 축제와 관광 이야기를 자주 꺼낸 시장은 본 적이 없다.
실패한 축제는 대부분 축제 전문가 부재, 킬러 콘텐츠 부족, 개최 도시 시민 참여 부족 때문이다.
대전은 부끄럽게도 축제 후진 도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20∼2021년 전국 35개 ‘문화관광축제’ 가운데 대전은 단 한 개의 축제도 선정되지 못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다. ‘노잼도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축제를 주도하는 관(官)의 전문성 부족과 축제 전문가의 참여 제한, 단체장의 축제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이 시장의 포부대로 대전 0시 축제를 ‘200만∼300만 명이 모이는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기 위해선 축제 전담 조직 활용, 전문가 참여 확대, 축제대학 등 시민 교육 프로그램 도입, 국내외 성공사례 학습, 시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수용할 만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이 시장은 최근 가수 싸이를 만나 내년 0시 축제에 대규모 공연을 직접 요청할 정도로 축제에 애정을 쏟고 있다.
‘축제가 살면 관광이 살고, 관광이 살면 지역이 산다’는 것은 관광 전문가 사이에선 이미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유례없이 축제에 관심 있는 시장의 열정이 성공적인 결실로 이어지도록 관련자 모두 의기투합할 때다.
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기자·관광경영학 박사·한식양식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