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진화 경쟁
가격은 비싼데 성능은 시원찮고 사용법도 번거로웠던 로봇청소기가 진화를 거듭해 ‘똑똑한 가사도우미’로 성장하고 있다. 장애물을 척척 피하고 청소뿐만 아니라 먼지통 정리, 걸레 세척까지 스스로 해내는 새 기능이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3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기업이 내놓은 로봇청소기의 가장 큰 변화는 스테이션(정거장)이다. 과거 배터리 충전소 역할에 그쳤던 스테이션은 이제 종합관리센터가 됐다. 발전의 첫 단계는 로봇청소기가 쓸어 담은 먼지,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기능이다. 청소기의 먼지통을 비워 스테이션의 먼지통에 담는 것이다. 이어 물걸레 세척 기능이 추가됐고 최근에는 건조 기능까지 나왔다. 이전에는 사람이 로봇청소기 먼지통을 일일이 비우고 걸레도 직접 빨아서 말려야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필요 없게 됐다.
최신 제품들을 보면 스테이션 먼지통은 1∼2개월에 한 번, 물통은 2∼3회 청소 후 갈아주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단계로 사람이 물통을 갈아 끼우는 과정도 없애기 위해 수도와 연결해서 자동 급수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에코백스 ‘디봇 T10 옴니’
LG전자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R9’
로봇 청소기의 또 다른 변화는 센서다. 신형 로봇청소기에는 레이저를 쏴 물체의 반사된 빛을 측정하고 공간을 인식하는 ‘LDS(Laser Distance Sensor)’가 탑재됐다. 고화질 이미지를 찍어 주변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카메라 센서 청소기도 있다. 구세대 센서인 ‘자이로스코프’는 장애물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위치가 달라지면 다시 처음부터 학습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센서를 통해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삼성과 LG는 센서 고도화를 위해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로 100만∼300만 장의 사물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집 안 가전제품이나 가구, 옷, 전선 등 기존에 인식하기 어려웠던 장애물까지 구분해 낸다. 최근에는 적외선을 활용한 ‘ToF(Time-of-Flight)’ 센서도 등장했는데 ToF를 적용한 업체들은 LDS보다 4배 높은 장애물 인식률을 자랑한다고 소개한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2018년 8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난해 2055억 원으로 3년 만에 2.5배로 성장했다. 올해는 3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