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역사에 퇴근길 승객들이 개찰구 밖까지 가득 늘어서 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열차 운행 지연으로 ‘퇴근 대란’이 일어났다. 특히 평소 퇴근길 승객이 몰리는 강남역, 영등포구청역 등에서는 인파가 밀려들어 사고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SNS 캡처
어제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6년 만의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지하철 운행에 비상이 걸렸으나 다행히 하루 만에 타결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오전 7∼9시 출근시간과 오후 6∼8시 퇴근시간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섰지만 새벽 출근자와 심야 퇴근자, 지연이 발생한 1호선 등의 이용객은 불편을 겪었다. 특히 대체인력이 없는 낮 시간대의 운행률은 평소의 72.7%로 떨어졌다. 지하철 대신 지상의 다른 교통편을 택한 시민들로 도심 곳곳의 주요 도로가 정체됐다. 파업이 장기화됐으면 더 큰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그제 126명 올해 인력감축안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기본수당을 총액임금에 반영하기로 합의해 기초문안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문안을 완성하기 직전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현정희 위원장이 서울교통공사를 방문한 후 교섭이 중단되고 몇 시간 뒤 명필순 공사 노조위원장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민노총 측 노조와 함께 서울교통공사의 양대 노조인 한국노총 측 노조는 협상 결렬에 대해 민노총 측에 항의했고 어제 파업을 진행하면서 다시 교섭을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연간 1조 원에 이른다. 공사는 업무 효율화와 외주화를 통해 2026년까지 현 정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직원 1539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혁신은 파업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일단 인력 감축을 유보했다. 그런데 돌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면서 서울시민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파업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