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8일째 집단운송 거부로 기름 바닥난 주유소 속출 “가까스로 막고 있어 급속도로 늘어날 위험”
서울 시내 재고가 소진된 한 주유소에서 ‘품절’ 안내문을 내걸었다. 뉴시스 제공
1일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오전 10시 50분 기준 수도권에서 휘발유 가격이 0원인 주유소는 34곳이다. 전날 오후 5시 26곳에서 8곳 증가했다. 전날에는 지난달 29일(24곳) 대비 2곳 늘었는데 증가세가 더 빨라진 것이다. 각 주유소들은 재고가 떨어질 경우 오피넷에 해당 제품 가격을 0원으로 표시한다.
특히 경기, 인천보다 서울 주유소들이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같은 시간 기준으로 서울 내 재고 소진 주유소는 전날 11곳에서 이날 19곳으로 늘었다. 서초구 4곳, 성북구 2곳, 영등포구 2곳이다.
수도권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전국 휘발유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수요가 많은 데다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유조차) 가입률이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가입률은 70~80%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 파업에 참여한 유조차들이 늘어서 있다. 뉴시스 제공
재고가 있는 주유소를 찾아야 해 시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고 주유소 매출 타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주유소는 대리점으로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주유소는 “재고 부족으로 팔았다 멈췄다 반복하고 있다”며 “평소 대비 수입이 5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멘트에 이어 정유, 철강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유 분야에서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유조차 운송 거부로 휘발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수도권 재고가 며칠 분에 불과하다고 보고받았다”고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까스로 막고 있는 수준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누적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질 위험이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안 될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