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넣으려고 왔는데 휘발유가 없다고 해서 (ℓ당) 1900원 넘는 고급휘발유로 조금만 넣었어요. 전기차를 타든지 해야지 불편해 죽겠어요.”(주유소 고객)
“오늘 오후 늦게 탱크로리 차량이 한대 들어왔는데 이마저도 내일이면 다시 동나 이후에는 휘발유를 팔지 못할 것 같습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매출 피해가 더 커질 텐데 걱정입니다.”(주유소 사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주유소 기름이 동나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 ‘주유 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고객 차량이 주유소로 들어오면 휘발유가 없다고 안내하는 것 밖에 다른 할일이 없다”며 “당장은 괜찮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누적 피해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 정부 등이 주유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서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는 휘발유 23곳, 경유 2곳, 휘발유·경유 1곳 등 총 26곳이다. 전날 보다 5곳이 늘어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13곳, 경기 6곳, 인천 4곳, 충남 3곳으로, 회전율이 높고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도 높은 수도권에 주로 집중돼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도심 지역은 휘발유 차량이 많고, 주유소 부지도 지방보다 작다보니 주유소 탱크 용량도 작다”며 “수도권 파업률이 더 높아 수도권부터 기름 품절이 나타나고, 파업이 장기화되면 다른 곳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휘발유가 더 문제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 경유와 등유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서민들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정유업계 비상상황반’을 구성,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활용한 비상수송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날부터 군용 탱크로리 5대, 수협 보유 탱크로리 13대를 긴급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유업계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본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군이 돕고 있지만, 고속도로 위주이고 도심 지역은 여전히 기름이 부족하다”며 “정부 지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사상 처음으로 시멘트 화물차주 등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정유 등 다른 품목으로까지 명령을 확대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피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늦다”면서 “(시멘트 외 다른 분야에서도) 피해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 언제든지 추가적인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