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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업 막으려 백악관에 모인 美 여야, 韓 정치선 사라진 풍경

입력 | 2022-12-02 00:00:00

29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파업으로 반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국 하원이 지난달 30일 철도노조의 대규모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 합의를 강제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철도 노사가 백악관 중재로 9월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노조가 수용을 거부하면서 전면 파업 위기에 처하자 나온 초당적 압박 조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파업을 막기 위한 의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여야가 호응하면서 협치(協治)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이어지고 철도노조도 파업을 예고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미국 정치권의 민생 협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단순 비교는 무리다. 미국의 경우 아직 상원의 표결이 남아 있고 그 결과도 유동적이다. 노조에 대한 여야의 태도는 우리와 정반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첨예한 쟁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나서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하고, 여야가 그 최우선 현안에 의회 차원의 협력에 나섰다. 이런 초당적 모습이야말로 갈등과 분열의 극단적 양극화 속에서도 미국 정치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정치는 어떤가. 국가경제에 연일 경보음이 울리지만 여의도에선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어제까지도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상호 비난과 위협만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 이어 탄핵소추를 위한 단독 본회의 개최까지 시사했다. 양보는 패배, 타협은 배신이라는 극단의 정치는 연말 내내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을 당부했다. 앞서 ‘윤핵관’으로 불리는 측근 의원들과 관저 만찬을 했던 윤 대통령은 앞으로 여당 의원 전원을 그룹별로 초청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야당 쪽에는 전화 한 통 걸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의 역점 사업에 덮어놓고 예산 칼질부터 하는 야당에 문제가 크다. 하지만 국회 권력을 쥔 야당의 협조 없이 원활한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부터 반쪽짜리 관저 만찬을 온전한 협치 무대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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