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당선된 2016년 대선과 실패했던 2020년 재선에 이어 세 번째 출마입니다.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의 출마 선언에 이번에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1946년 독일계 부동산 재벌 프레드 트럼프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1971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회사 이름을 ‘트럼프 그룹’으로 바꾸고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과 골프장 등을 줄줄이 건설하면서 부를 쌓았습니다. 1970년대 중반 뉴욕 맨해튼의 버려진 호텔 코모도르를 그랜드하이엇호텔로 재건축한 것도, 1983년에 58층짜리 초고층 트럼프 타워를 세워 뉴욕의 랜드마크로 만든 것도 트럼프입니다.
트럼프 부동산 사업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는 일명 ‘네이밍 스폰서’ 방식에 있습니다.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주요 도시에 세워진 ‘트럼프 빌딩들’은 트럼프가 직접 건물을 지은 게 아니라 이름만 빌려준 겁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한때 자신의 이름이 가진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습니다. 피자나 햄버거 광고에도 출연하고 TV 쇼 진행자로도 나오고 책을 내고 영화에도 출연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재벌이자 동시에 미국 사회의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이후 건강보험 관련 법안인 오바마케어를 포함해 각종 복지 정책 폐지를 주도했고,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고 이민 심사를 강화했습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체제인 파리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선진국이 마땅히 가져야 할 지구 환경에 대한 의무마저 외면합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정책을 강행함으로써 트럼프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주도한 비관세 자유무역 체제 질서 안에 있던 세계 여러 나라에 불안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의 출마 선언에 같은 공화당 내부의 주요 인물들까지 격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 흥미롭습니다. 심지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마저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겐 (트럼프보다) 더 나은 후보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대선 도전에 세계가 관심을 보이지만, 조지 부시 이후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hanmail.net